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호원숙 지음 / 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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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곳곳에 눈길을 주는 것조차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마당을 외면하듯이 들어와 웃옷만 갈아입고 작은방에 틀어박힌다.

엄마! 소리 내어 울고 싶기도 하다. (p.106)

이 한 문장을 읽고 마음이 울컥해서 눈물을 쏟아냈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새삼 엄마에 대한 모든 마음이 달라졌고, 어떤 일 하나 애틋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친정엄마 생각으로 마음이 애잔해질 때면 가까이 있지 못해 보지 못하는 마음을 바로바로 전화해 목소리로 달래곤 하였다. 그런 엄마가 곁에 없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

이 책은 故 박완서 선생님의 딸 호원숙 님께서 쓰신 책이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에세이로,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딸인 이분께서도 글과 연관된 일을 하신다는 것은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 접하게 되는 그녀의 글은 뭐랄까. 큰 작가를 둔 엄마의 그늘에 감추어져 있다기보다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느낌으로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엄마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삶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의 첫 소설 <나목>이 출간되었을 때 엄마가 작가가 되었다는 자랑스러움 보 다는, 엄마에 대한 상실감으로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남아 있는 것은 아마 나도 딸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박완서 선생님과 함께 했던 딸로서의 기억은 아련하고 그리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고, 동시에 나의 기분도 거기에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엄마 생각을 더 하게 만들었던 책이기도 하였고 말이다. 박완서 선생님의 딸과의 추억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았고, 또 이야기 중간 주간에 선생님의 생전 사진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도 감사하기도 한 책이었다. 여기서 눈치채셨겠지만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팬이다. 이제 다시는 그분의 글을 새롭게 읽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고도 슬프다.

내가 언제 살면서 엄마의 손을 잡아드리고 쓰다듬어 본 적이 있었는지.. 이 부분에서 또 울컥해서 눈물을 쏟아내었다. 왜 그러지 못할까. 내 손을 몇 번이나 쓰다듬어 주셨을 엄마의 그 손을 나는 왜 그러하지 못 했던 것일까.라는 자책과 함께 앞으로는 많이 많이 잡아드리리라.라는 힘찬 다짐으로 눈물을 쓰윽, 닦아내었다. 우리는 우리의 자식에게 나의 엄마만큼 정성을 쏟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엄마 박완서를 그리워하며 쓴 애잔하고 가슴 아픈 작가의 이야기에 내 마음까지 젖어드는 책이었다. 앞으로 그녀의 좋은 많은 글들을 읽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내가 엄마를 존경하는 것은 주어진 일정을 해내는 모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 빡빡하거나 유난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엄마의 몸 움직임은 조용하고 작지만 빠르다. 손힘은 강하고 야무져서 항상 결과물은 놀랍도록 알차고 완벽하다. 나이가 들어가시면서 일의 양을 조절하고 몸의 상태와 의논하면서 지내는 현명한 지혜는 본받고 싶은 덕목이다. 그리고 새롤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아 정신적인 젊을을 유지하신다. 힘겨워하면서도 쏟아져나오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p.17)

엄마에 대한 예찬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녀가 아무런 갈등이 없었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나는 어느 순간 엄마의 세계에 내가 함몰되어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딸로서 엄마를 사랑하고 작가로서 존경하지만 내 생활에서 엄마의 비중이 커질수록 나 자신에 대한 욕망이 솟아올랐다. 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눌려 있다는 걸 발견했다. 숙제를 채 마치지 못한 아이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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