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처음 굴을 먹은 사람은 누구일까 - 인류 역사상 가장 기발하고 위대한 처음을 찾아서
코디 캐시디 지음, 신유희 옮김 / 현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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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내가 제일 처음 굴과 회 등, 날 것의 해산물을 먹은 게 언제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굴과 회는 내 첫 직장과 관련이 깊다. 내게 회 먹는 법을 가르쳐 준 곳이 바로 첫 직장이었다.

회는 고급음식이다. 가격이 비싸면 그건 고급음식인거다. 가격이 비싸다는 기준? 글쎄, 엄마가 절대 사주지 않는 음식이라면 비싼 게 아닐까.
간혹 포항 등 가까운 바닷가에 갔다 오신 날엔, 꽤나 많은 양의 회를 사가지고 오셨다. 물론 우리가족 모두가 배불리 먹기엔 적은 양이었다. 머리 맞대고 내가 적니 네가 많니 하는 것이 귀찮았던 나는 그저 옆에 앉아 달걀에 참기름 넣고 비벼 먹곤 했다.
그래서 나는 회 따위에도 시큰둥, 먹어보질 않았으니 그 맛도 모른다.
그러니 먹고 싶은 맘이 애초에 들지도 않았다.

그러다 사회인이 되었다. 매운 맛의 시작이었다. 얼렁뚱땅도 설렁설렁도 이곳엔 없는 단어, 여긴 냉혹한 사회였다. 민원인들에게 쌍욕을 듣고 퉁퉁 부어 울기도 하고, 일을 잔뜩 넘긴 채 매번 외출 중인 상사에 분노하면서도, 바로 옆자리 선배가 매번 자기 전화를 나에게 넘기며 인터넷 쇼핑을 하는 꼴을 보면서도, 월급날을 주문처럼 외며 보너스를 구원이라 여기며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소비했다. 소비된 내 하루들은 젊음도 무색하게, 금세 칙칙하고 구분되지도 않는 땟국 흐르는 회색이 되어 20대들을 채웠다.

일어나기 싫어, 회사가기 싫어, 민원인 싫어, 상사 싫어, 점심도 맛없어, 싫어 싫어 투성이 중에서도 제일 제일 최고로 싫은 것은 바로!!! 회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회식이다. 비위를 맞추기는 죽기보다 싫은데, 옆에서 말상대가 되어 주는 것도, 웃으며 앉아있는 것도 고역인 회식.
그런 끔찍한 회식의 메뉴도 늘 상사들의 취향에 맞춘다. 특히 유난히 회를 좋아하던 그 분.
그 날도 바닷가 지역 이름이 붙은 횟집에서 회식이 시작되었다.
다들 광어회니 우럭이니 먹으며 소주잔이 돌았다.
“아이고, 땡땡씨, 자네는 왜 회는 안 먹고 메추리알만 까 잡숩나?”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날쌘돌이에 머리가 벗겨진 빤질이 박대리
“땡땡씨는 회를 잘 못 먹는다고 합니다. 하하하 ”
“그래? 와 잘됐군. 땡땡씨덕에 경쟁자가 줄었어. 하하하. 다음 회식에도 계속 회로 가자구!”
다들 이 썰렁한 대화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세상 가장 재미있는 농담 인냥 웃고 있었다.
그 때 발동된 내 심술, 먹고 토하더라도 반드시 먹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 때부터였다. 회를 먹기 시작한 것이.

그리고 2년쯤 뒤에 나는 다른 일을 하게 돼서 멋지진 않지만 하옇튼 사표를 쓰게 됐다. 상사는 나를 불렀다.
“자네 왜 그만들려고 하나 이유가?”
“아, 새로운 일을....”
내 말을 끊으며 상사는 코웃음을 쳤다. 세상이 그리 만만해 보이느냐 이 곳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 직장인줄 아느냐, 나만 봐도 얼마나 좋은 직장상사냐 등 온갖 이야기들을 떠들어댔다.
상사를 감싸고 있는 암흑의 파티션들을 빠져나오며 나는 갈릴레오에 빙의한 듯이 조용히 속삭였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그렇지만 세상일이란게 마치 게임의 레벨업 같아서, 어딜 가나 더 특이한 유형의 골룸들과 더 깊숙이 타오르는 지옥의 던젼들을 만나게 되었다. 해피앤딩따윈 개나 줘버릴 세상이었다.

이 책은 최초의 발명품, 굴, 불, 옷, 활, 아메리카, 하와이, 맥주, 바퀴, 뇌수술, 처음 말을 탄 사람, 천연두, 비누, 기록된 최초의 농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처음에 대해 고고학적 증거등을 가지고 파헤치고 있다.

최초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약 300만년 전 아마 어린 엄마였을 그녀가 발명한 슬링일것이라고 추측한다. 미약한 상태로 태어나 1년간 자립도 할 수 없는 상태의 아기, 이걸 “똑똑한 두 발 동물의 역설”이라고 한다. 두 발로 서고 머리가 커지면서, 엄마에게 매달릴 수가 없게 되었고, 아이를 안다가 지친 엄마가 아이를 내려놓는 순간 가장 손 쉬운 표적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슬링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인류는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덩굴식물로 간단한 매듭이나 고리를 만들어 슬링을 제작하고, 아이를 안고 수렵채집을 하고 나무 위에 올라가 잠을 잤을 거라 추측한다.(대부분의 유인인들도 매듭을 지을 수 있으니, 인류도 매듭쯤은 가능했을거라 본다.) 이런 슬링은 더 이른 출산과 뇌의 발달을 가능케 했고, 하루 종일 아이와 눈을 맞추고 혀의 울림으로 대화와 비슷한 소리들을 주고 받으며 유대감을 높여 주었다고 한다.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 또 한가지는 무엇일까. 바로 불일 것이다. 돌을 쳐서 불을 내는데, 누군가가 불이 잘 붙는 황철석을 우연에 의해 발견했을거라고 본다. 불은 인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무 아래 잠들 수 있었고, 추위에서 견딜수 있었고, 포식자들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특히 익힌 음식은 소화와 흡수률이 높아졌고, 더 이상 장시간 음식을 먹고 구하는데 시간이 줄어들어, 다양한 것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혀의 맛봉오리는 더 많은 열량의 음식을 선호하였고, 인류는 구운 감자를 생감자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냥 음식 찌꺼기가 아니라 이런 익힌 음식에 맛 들린 늑대들이 따라다니면서 지금의 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잉카 페루의 인위적으로 구멍 뚫린 두개골은 농업의 발달로 소득의 불균형이 생기면서, 권위에 의해 수술이 가능했다고 본다. 천두술이 성공하면서 오히려 온갖 병에 사용되면서 부작용이 낳았다고 한다. 최초의 바퀴는 장난감이라던가, 천연두가 설치류의 수두균에서 낙타를 매개로 인간에게 옮아와 최악의 전염병인 천연두가 되었다는 것 등이 소개된다. 천연두는 공식적으로 1977년 사라졌다고 하지만, 현재 미국와 러시아는 천연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 1973년부터 백신접종을 멈춘 천연두, 지금은 대부분이 천연두에 면역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발견된 농당 중 가장 오래 된 것은, 메소포타미아의 서기들이 점토판에 남긴 것으로
“사자가 양 우리에 다가오자, 개는 자기가 가진 최고 좋은 가죽끈을 목에 둘렀다.”
뭔 소린가 싶지만, 지금 양을 지키는 개지만, 위험이 다가오면 애완용 개가 되겠다는 뜻이라고.

이 외에도 다양한 세상의 최초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47쪽 기린이 높은 곳에 난 풀을 먹는 쪽으로 진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린은 높은 곳에 난 풀을 먹으려 목이 길어진 것이라는 19세기 라마르크의 주장도 있지만, 이런 획득형질은 자손에게 유전되지 않는다는 다윈의 주장도 있다. 다윈의 주장에 따르면 기린은 키 큰 나무가 많은 곳에서 서식하였다. 그러다 보니 목이 좀 긴 기린이 태어났을 때, 목 긴 기린들이 환경에 더 적합해서 살아남은 것일 뿐이라고. 영국 생물학자 브라운리는 체온조절과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쉽도록 진화되었다고 한다.)

고고학자 도널드 요한슨이 에티오피아 하다르 근처의 도랑에서 유골을 발견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유골로 체격이 작고 엉덩이 크기 등으로 유추해서 “루시”란 여성의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최근엔 이 루시란 유골이 여성이 아닌 남성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장품으로 무기들이 잔뜩 나와 아주 용감한 남성 바이킹이라 믿었던 유골 또한 여성으로 밝혀졌다. DNA 검사를 통해서였다. 오래된 고정관념이 고고학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지구의 시간에서 인류의 시간은 정말 티끌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많은 것을 해왔지만, 또 많은 것을 멸종시켰다. 티끌의 티끌보다 더 짧은 남은 시간, 무언가를 멸종시키는 대신 조용히 폐 끼치지 않고 살길 바란다. 코로나는 좀 사라졌으면ㅠㅠ

작은 여자들은 천천히 음식을 익혀서 먹을 수 있도록 덩치가큰 남자들의 보호를 받았고, 그 대가로 남자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었다는 것이 랭엄의 주장이다. 이로써 저녁 식사를 보장받은 남자들은 만약 사냥에 실패하면 쫄쫄 굶어야 한다는부담감 없이 마음껏 양질의 먹거리를 쫓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증명할 길이 거의 없는 여러 학설 중 하나일 뿐이지만, 어쨌든 다른 영장류는 그렇지 않은데 어째서 호모 사피엔스만 남녀가 분업해서 먹거리를 구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처음으로 굴을 채취해서 먹은 사람이 왜 여성일 확률이 높은지도 여기서 알 수 있다.

포르투갈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an이 처음남아메리카 남쪽 해안을 항해했을 때, 산 위에는 만년설이 쌓였고 바다에는 빙하가 흘러들어왔지만, 그곳에 사는 야가족과알라쿠엘프족은 옷 없이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 채살고 있었다. 체온 유지를 위해 그들은 몸에 동물 기름을 발랐고 모닥불을 아주 많이 피웠다. 마젤란의 선원들이 ‘불의 땅‘
이라는 뜻으로 티에라델푸에고라는 이름을 붙여줄 정도였다.
그들은 옷을 입고 생활하는 이웃 오나족 사람들과 자주 전쟁을 벌였으므로, 야가족과 알라쿠엘프족이 옷의 존재 자체를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옷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태즈메이니아Tasmania의 어보리진도 랄프가 살았던 지역보다 훨씬 추운 기후에서 생활하면서도 옷은거의 입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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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22-03-08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축하합니다~~~
늘 좋은 글 고맙습니다.
즐거운 대선일 되시고요...^^

mini74 2022-03-08 23:54   좋아요 0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북홀릭님~ 즐겁고 행복한 대선일 보내세요 ~~

독서괭 2022-03-09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작 축하드려요 미니님^^ 이 글 재밌고 댓글도 재밌었는데, 이렇게 다시 읽게되니 좋네요ㅎㅎ

mini74 2022-03-09 09:21   좋아요 1 | URL
ㅎㅎ괭님도 축하드려요 ~~ 고맙습니다 ~

희선 2022-03-09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니 님 축하합니다 그렇게 길지 않게 살면서 사람은 지구에 안 좋은 걸 하는군요 전쟁도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서로 좋아할 시간도 없다고 하는데...


희선

mini74 2022-03-09 09:2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좋아할 시간도 부족한데 ㅠㅠ 고맙습니다 희선님 *^^*

강나루 2022-03-09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오늘 투표하는 거 아시지요^^

mini74 2022-03-09 09:22   좋아요 1 | URL
ㅠㅠ 또 투표하고 싶어요 ㅎㅎ 저는 혹시나 해서 미리 했어요 ~ 강나루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oren 2022-03-09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구든지 회맛을 알기 전에는 회 먹기를 조금은 꺼렸던 시기가 있었을 듯해요.. 저도 대리 시절까지만 해도 회를 그닥 좋아하진 않았던 듯해요. 가끔씩 저녁식사를 접대(?) 받을 때조차 굳이(!!) 횟집은 사양하고 고깃집을 더 선호했던 기억도 생생하네요.. 왜 별로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 횟집에서 보자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할 정도였지요. 회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까닭을 아는 데까지는 다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회 얘기가 나오니 문득 고등학교 다닐 때 시험 치르면서 한자로 회자(膾炙)라는 단어를 익히던 기억도 나네요. 회(膾) 맛이 구운 고기 맛보다 더 좋은 줄은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지요.^^

mini74 2022-03-09 17:01   좋아요 2 | URL
전 지금도 ㅠㅠ 거의 초장 맛? 으로 ㅎㅎ 남편이 이 귀한 회를 초장 발라 먹을 일이냐며 먹을 줄 모른다고 한답니다. ~ *^^* 편한 저녁 보내세요 ~

러블리땡 2022-03-10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mini74 2022-03-10 06:46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 고맙습니다 *^^*

scott 2022-03-10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이달의 ✌관왕 추카 합니다

낼 메뉴! 굴 튀김? 굴!밥 ^ㅅ^

mini74 2022-03-10 23:20   좋아요 1 | URL
저 굴 튀김은 좋아합니다 ㅎㅎ

thkang1001 2022-03-11 0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mini 74님!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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