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스콧님 리뷰보고 산 책, 최은영작가님은 쇼코의 미소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참 글이 좋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감각적이면서도 꾸미지 않은 듯 좋은 문장들을 쓰는 구나. 이렇게 담백함에도 슬프고 외롭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릇에 비유한다면 막사발 같은 느낌, 두루두루 쓰이고 옆 짝지에게 건네며, 겉모습은 투박하나 그 속에 담긴 것은 한없이 맑고 고운 마음.
삶의 오르막길에서건 내리막길이던 막다른 길, 혹은 꺽어진 골목길이건 어디서건 선한 이들이 한둘쯤은 있다. 낯선 이에게 불숙 한 자리 내어주고, 물 한 사발 떠 주고 밥 한 그릇 뚝딱 내어 주다보면, 서로 어깨 맞대고 별도 보고 바다도 보게 된다.
그렇게 손을 잡고 살다가, 그 손 놓친 것 같아도, 몰래 우는 밤 불쑥 나타나 어깨 한 번 토닥이곤 급한 길 걸어간다. 고독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삶, 옹졸하게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돌아누운 제 몸과 마음만 귀한 이의 등을 보며 사는 삶이다. 그런 삶에서도 주머니에 손 넣어, 별 것 아니란 듯 고구마 꺼내 먹이고, 따신 옷 벗어 입히고 그렇게 집으로 되돌아오는 밤.
그래서 그 밤은 밝은 밤이다.
과거의 과거에 누군가 외롭지 말라며, 사랑한다며 미리 미리 밝혀 놓은 밤하늘의 별들이 그렇게 따뜻하게 품어주는 밝은 밤이다.
삼천이, 새비, 영옥이, 미선이, 희자, 명숙할머니, 지연이. 그리고 나, 우리 엄마, 할머니 , 할머니의 어머니 모두를 한 번 생각하는 밤. 어둡지만 밝은 밤, 빛나는 별들에 그리움이 묻어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