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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K의 삶과 시대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6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평점 :
책 속 문구 1.
<산파가 산모에게 말했다. ˝기뻐하세요. 이런 아이들은 집안에 행운을 가져다 주니까요.˝ 그러나 첫눈에 안나K는 다물리지 않아 분홍색 속살이 드러나 보이는 아기의 입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지난 열 달 내내 자기 몸속에서 무엇이 자라고 있었던가 생각하며 몸을 떨었다. 아기는 젖을 빨지 못해 배가 고파 울었다. 그녀는 젖병을 사용해보았다. 아기는 그것도 빨지 못했다.하는 수 없이 티스푼으로 떠먹였다. 아기가 기침을 하고 젖을 뱉어내며 울 때면 안절부절 조바심을 내면서.>
책 속 문구 2.
<사람들은 몸을 남기고 죽었다. 굶어죽는 사람들조차 모을 남기고 죽었다. 만약 살아 있는 몸이 불쾌한 거라면, 죽은 몸도 살아 있는 몸과 마찬가지로 불쾌할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 문구 3.
<그는 자신에 대해 발자국을 뒤에 남기는 무거운 존재가 아니라, 개미들의 발소리, 나비의 이가 사각거리는 소리, 먼지가 뒹구는 소리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깊이 잠든 대지의 표면 위에 있는 하나의 점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
책 속 문구 4.
<그는 하나의 돌멩이 같다. 태초부터 어딘가에 조용히 있다가 지금은 갑자기 손에 들려져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아무렇게나 건네지는 돌멩이 같다. 주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과 자신의 내면적 삶에 갇혀 있는 딱딱한 돌멩이. 그는 이러한 기관들과 수용소들과 병원들을 돌멩이처럼 통과한다. 전쟁의 내장을 통과해서 태어나게 하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은 존재로 여겨졌다. >
자라서도 마이클의 저항수단은 음식을 거부하는 것, 그는 어쩌면 정말 돌멩이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불합리한 세상의 질서, 올바르지 않는 정책, 이해되지 않는 일들. 마이클이 만든 제대로 균형도 잡히지 않는 손수레보다 더 엉터리같은 세상이다.
그저 내버려 두길, 조용히 아무것도 소유하지도 얽히지도 않은체 조용히 살아가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호박씨같기도 하고 멜론같기도 하다. 그저 흙바닥 조용하고 가끔 물줄기가 흐르는 곳이면 족하다. 마이클은 알지 못할 수많은 욕망과 절망들이 뒹구는 세상에서 그 세상의 규칙으로 살아가긴 싫다. 마이클은 그저 조용히 바람에 흔들리며 작은 식물처럼 살아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투명해지고 투명해지고 얇다 못해 갸녀린 모습으로 그렇게 사라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