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언어 - 더없이 꼼꼼하고 너무나 사적인 무라카미 하루키어 500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도젠 히로코 엮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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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보다 하루키를 더 잘 안다고 이야기하는 나카무라 구니오가 쓴 책.
하루키의 인터뷰와 책 에세이 등에 나온 단어, 지명, 작가들, 하루키가 번역한 책들, 재즈와 클래식 등에 대해 사전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책을 펼치면 앞부분에 마인드맵 하듯이 하루키에 대한 커다란 나무가 하나 그려져 있고, 관련 단어들이 적혀 있다.
하루키를 마인드맵한다면?
재즈, 그리고 리듬 타는 듯 한 문장과 위대한 개츠비
카프카, 맥주와 야쿠르트 스왈로즈
그리고 레이먼드 커버, 냇킹콜과 스탠 게츠.
일본적이지 않은 분위기.
짤딸막한 아저씨가 트렌치 코트의 깃을 세우며 상실과 고독, 잃어버림을 이야기하지만 그게 또 어울리는 분위기.

하루키의 주인공들은 내겐 꼭 무녀같은 느낌이 든다.
다림질과 소소한 집안일에 온갖 성의와 치성을 드리며, 정화의식을 거친 후
소박한 음식들로 상을 차리고
제례음악으로 재즈를 듣는다.
그들의 신전은 훗가이도의 돌핀호텔? 아니면 달이 두 개인 그 곳?
가끔 가명으로 곰돌이 푸를 쓰기도 한다.
모시는 신 중에 드러난 존재로는 “고양이”와 “도넛”이 있다. (여기서 도넛신은 던킨에 거주중이시다.) 도넛과 관련된 성스런 책도 있다.
상에 올리는 제주는 맥주, 가끔 양을 제물로 바치기도 한다.
가끔 스펙타클하기도 한 굿판을 벌리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다시 다림질을 시작하고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제례를 지내는 시기? 무언가가 사라지거나 잃어버리는 시점이다. 제례가 끝난 후 사라진 것은 돌아오기도 하고 그대로이기도 하다.
가끔 신빨이 오르지 않을 때는 우물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여기서 주의점은 반드시 마른 우물이어야 한다는 것.
시시껄렁한 농담이지만, 어쩌면 하루키의 소설은 우리에게 잃어버린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과 그 상실감을 찾기 위한 여정같은 것이 아닐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소중한 것을 잃은 상실감과 외로움, 그러나 결국 우리는 치유되어 돌아온다. 하루키가 가지는 그런 낙관적인 결말이 우릴 안심하고 그의 이야기에 빠져 들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
“결국 당신의 소설은 좋든 나쁘든 도넛적이네요.”
하루키가 좋은 사람들에겐 추천, 너무 너무 좋은 사람들에겐 비추천(왜냐하면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다 알고 계실테니까.~ 마지막엔 책 속에 나오는 장소를 찾아갈 수 있는 약도도 있다. 관련책들 모음도 좋았다. 그레이스 페일리, 제프 다이어, 다그 솔스타, 존 어빙, 마크 스트랜드 등등
그 중 읽고 싶은 책 존 어빙의 곰 풀어주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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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04 19: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구니오님도 역시 작가인가요? 스콧님은 아마 안보셔도 될듯^^* ㅋㅋ역시 레이먼드 카버도 나오는군요!

mini74 2021-06-04 19:57   좋아요 4 | URL
네~ 소설은 아니고 하루키나 고양이 등 관련 책 쓰셨더라고요 하루키 관련 책을 쓰신 찐하루키파신거 같아요 ~맞아요. 스콧님은 패쓰 ! ㅎㅎ

scott 2021-06-04 20:41   좋아요 5 | URL
미미님 이미 봤으요 ㅎㅎㅎ
책이 넘 두꺼워서 이북으로
이책 말고 다른 책에
하루키옹의 단편 (국내에 미출간된) 분석한 글은 잼나게 읽었죠 ๑◕‿◕๑

미미 2021-06-04 20:44   좋아요 4 | URL
역시 스콧님ㅋㅋㅋ👍👍

새파랑 2021-06-04 20: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도넛 하면 <댄스 댄스 댄스> 아닌가요? 제가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 을 읽게 된게 하루키 때문이었어요^^ 저도 하루키 찐팬 이어서 이런 책 읽으면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mini74 2021-06-04 19:58   좋아요 4 | URL
저도요!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

scott 2021-06-04 2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짤딸막한 아죠씨+무녀
ㅎㅎㅎ
미니님의 탁월한 해석에 감탄!!👍👍

[다림질과 소소한 집안일에 온갖 성의와 치성을 드리며, 정화의식을 거친 후
소박한 음식들로 상을 차리고 제례음악으로 재즈를 듣는다.]
이문장은 하루키옹의 모든것임 ㅎㅎㅎ

mini74 2021-06-04 20:49   좋아요 3 | URL
하루키 소설 속 남자들이 다림질을 참 잘한다고 했더니 남편이 걔들도 군대갔다 왔냐고 ㅎㅎ 남편이 의장대 나왔는데 맨날 총 돌리고 바지 줄 맞췄다고 하네요 ㅎㅎ

바람돌이 2021-06-05 0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후로 성공한 분의 책이군요. ㅎㅎ

heathermomnt 2021-06-06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를 적당히 좋아하는 저에게 딱일 것 같은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