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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어쩌다 보니 모은 것들”
살다보면 어쩌다 보니 모은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큰 맘 먹고 혹은 집념과 열정을 가지고 모은 것들도 있겠지만, 우연찮게 하나 둘 사 모으다 보니 어느덧 꽤 괜찮은 것들이 쌓이는 경우다.
내게 어쩌다 보니 모은 것들은?
음, 알라딘 사은품, 현란한 조명아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거기다 책과 관련된 용품들이 손짓을 하면, 결국 애지중지 모은 포인트를 털어 버리고 만다. 받고 보면 아, 예쁘다 멋지다 등 미사어구를 가슴에 품지만 정작 딱히 쓸 데는 없다는 게 또 문제다.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책문구나 작가의 그림이 그려진 에코백과 텀블러를 사양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고지고 갈 것들이 되었다.
두 번째는 색연필? 필기도구? 악필들이 유난히 도구탓을 한다. 나를 지칭하는 말이다. 굵고 진한 색감에 부드러운 필기감을 선호한다. 그래서 온갖 색연필들의 홍수 속을 헤메다가 다행히 스테들러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책들. 이건 뭐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가끔 모아서 아동보호소나 청소년 등을 위한 단체에 가득 실어 보내주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이건 청소년이나 아이들이 봐도 되겠다 싶으면 밑줄을 긋지 않는다. 아이들에게까지 비웃음을 사고 싶진 않다.
우리 대부분이 아주 무계획적인 듯 계획적이며, 즉흥적인 듯하나 치밀한 “책수집”
아주 어울리는 그림이 있어서 퍼옴.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12/pimg_7675121142945237.png)
하루키옹이야 원래 책들은 넘쳐날테고, 레코드는 말해 뭐하며, 거기다 티셔츠? 그러고 보면 하루키옹의 사진들을 보면 다 편안한 차림새다. 가끔은 난해한 티셔츠? 차림일 때도 있다.
식성빼곤 영락없이 미국작가님같은 하루키옹은 서핑이며 재즈며 취미도 많고, 그런 취미들을 책으로 써서 돈도 버시니 성공한 덕후가 아닐까.
이 책은 말그대로 하루키옹의 티셔츠 소개책이다. 어디서 이 티셔츠를 사게 됐는지에 대한 내용이나 혹은 샀지만 입기엔 좀 그렇다는 내용. 정말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로 가득차있지만. 그게 또 하루키옹 에세이의 매력 아닌가. 두부이야기로도 몇 십장을, 혹은 연필공장 가셔서 세일러복 입은 연필을 상상하며 몇 장을 써내는 필력, 소소함을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잠시 쉬어가기에 알맞은 코너가 아닐까. 햇빛 잘 드는 창가의 의자에 앉아 있으면, 약간 거북이처럼 생긴 티셔츠에 청바지차림의 중년 아저씨가 옆에 와선 속닥거린다. 내게 거는 듯 혼잣말인 듯.... 제가 요번에 티셔츠를 하나 샀는데 어쩌구 저쩌구.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12/pimg_7675121142945228.png)
그리고 이건 우리집 강아지가 모으는 것.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12/pimg_7675121142945236.png)
아 그리고 흰티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이 책에서 극찬을 했던 트루먼 카포티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12/pimg_7675121142945246.png)
(남편은 음반을 모으는데, 제게 매번 은퇴 후 음반 하나씩 팔아서 점심 사먹자고 회유합니다. 그러면서 이 음반은 칼국수, 음 이 음반은 소고기......그 덕에 음반의 노래들은 모르고 저 빨간 표지가 삼겹살이었는지 소고기였는지만 아리송합니다.)
사실 이 책은 뭐라고 별점 주기가 애매하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같이 해 온 정으로 무작정 하루키 책만 나오면 사게 된다. 의리와 추억에 대한 별점인셈이다. 물론 잘 읽히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