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순수학문 예찬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세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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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지금은 인문학이나 기초과학분야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정부에서 이공계열을 육성하고, 인문학계열이나 기초과학부분은 실용적이지 않다고 하여 정부지원을 거의 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기초과학분야를 경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초과학육성에 점차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잡스가 아이폰에 인문학을 접목하여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자, 인문학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인문학열풍이 불어닥치기도 하였습니다.

당장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기초과학분야나 인문학분야를 소홀히 한다면 유용한 학문이라고 일컬어지는 이공학이나 사회계열 학문등의 발전도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유용한 학문이라고 말하는 이들 학문들도 기초과학이 이룩해 놓은 업적에 이를 실용화하기 위하여 아이디어를 부가함으로써 유용하다고 불리는 것들을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면 무선통신을 최초로 성공시켜 이를 상업화함으로써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마르코니의 업적도 맥스웰과 헤르츠의 연구결과에 아이디어만 얹었을 뿐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어떠한 산출의 압박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호기심 충족을 위한 연구가 없었다면 유용하다고 일컬어지는 것들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 책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초대소장인 플렉스너의 클래식 에세이와 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소장이자 끈 이론의 권위자인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두 저자는 경제적인 산출을 창출해내는 학문이 아니라고 하여 천대 받기 쉬운 기초과학학문의 중요성에 대해 변명합니다. 그리고 경제적 이해와 무관한 호기심, 상상력의 무한한 가치를 지향하고, 인간의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초과학이나 다른 기초학문은 충분히 자신의 분야의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이런 학문들이 유용성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보다 이러한 학문의 존재의의를 부여하는 더 큰 가치는 이들 학문으로부터 인류의 마음과 정신에 엄청나게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이 특정 신념이나 가치를 가진 사람의 도구로 개편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고 하면서 플렉스너는 말합니다. “인류의 진정한 적은 용감하고 책임감 없는 사상가가 아니다. 인류의 진짜 적은 인간의 정신이 날개를 펼치지 못하도록 틀에 가둬 주조하는 사람이다.”

 

사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의 진보는 자유로운 정신이 앞장서서 개척해왔습니다. 전제왕권이 신이 내린 권력이라는 틀 속에 갖혀서 이것의 부당함조차 생각할 수 없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사상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시절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인류의 진보는 자유로운 인간정신 덕분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볼 때, 어떠한 산출압력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자유로운 인간정신을 추구하는 학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존재의 정당성을 입증한다고 하는 저자들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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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 -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민애.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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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

 

셰익스피어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그는 1564년 잉글랜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엘리자베스여왕이 통치할 무렵 런던에서 극작가로 명성을 떨쳤으며, 1616년 사망할때까지 37편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의 작품은 씌어진지 40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희곡은 오늘날 공연하기에도 전혀 진부하지 않고 세련되었으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의 영감을 길어 올리는 마르지 않는 우물이 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작가가 셰익스피어이며, 그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은 할리우드에서 두 번째로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라고 한다.

 

셰익스피어가 이처럼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이유는 인간의 다양한 본성과 운명을 간파하고, 이를 작품에서 예술로 승화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그의 작품을 보면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의 작품은 인간의 다양한 심리의 진행을 극적인 스토리로 전개하고 있다. 물론 그 심리에 따른 행동양식과 상대방의 반응을 서술하는 것을 보면 셰익스피어를 심리학자 내지는 사회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매우 탁월한 수사법 역시 그의 작품을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의 작품속 대사들은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설득력을 가지며, 멋지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세상은 무대다""거친 운명의 돌팔매" 이러한 대사들을 한번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처럼 그의 작품 속 대사들은 많은 사람들에 인용되고, 각인 되었다.

 

그 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그의 작품은 4대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햄릿, 오셀로, 리오왕, 맥베스 일 것이다. 긴 세월 동안 많은 출판사에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출판하였다. 하지만 같은 판본을 번역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의 차이로 인해 각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은 동일하지 않고 미묘한 차이를 갖는다.

 

예를 들면 햄릿의 대사로 유명한 구절인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에는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번역하기도 한다. "TO be or not to be"라는 동일한 문구의 해석이 이렇게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미 읽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도 역시 읽을 가치가 있고, 더군다나 고전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얻게 하는 마르지 않은 지혜의 샘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더욱더 그러하다.

 

이번에 더스토리에서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출간하였다.

대부분이 알다시피, 4대 비극 중 가장 유명하고, 덴마크 왕가 전설을 소재로 한 햄릿,

무어인 출신의 용병대장 오셀로가 부하인 이아고의 간계에 넘어가 자신을 사랑하는 부인의 정절을 의심하고, 선량하고도 정숙한 부인 데스데모나를 살해한다. 이후 그것이 자신의 부관 이아고의 계략이었음을 알고 결국에는 자신도 자살한다는 내용인 오셀로, 진실과 거짓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왕국 분배를 함으로써 발생되는 갈등을 그린리어왕, 주인공이 마녀의 사주를 받아 자신이 모시는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다는 내용을 그린 맥베스.

고전은 몇 번을 보아도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4대 비극 중 가장 마음이 가는 것을 오셀로였다.

오셀로는 사랑의 천국과 지옥이 뒤 섞여 휘몰아치는 질투와 고뇌의 폭풍 속에서 데스데모나를 죽이게 되고, 결국에는 자살을 통해 그녀와 사랑을 다시 결합함으로써 끝을 맺는다.

 

사랑하기 때문에 죽였고, 또 다시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죽인다. 두 번의 죽음이 모두 사랑의 순도가 높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생각하니, 역설적인 상황앞에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비극의 힘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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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탐구보고서로 대학 간다 : 이공계 - EBS 교원연수 공식 교재 나는 탐구보고서로 대학 간다
정유희.안계정.정동완 지음 / 미디어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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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탐구보고서로 대학 이공계간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은 교과목 선택과 성취도 평가에 대한 내용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발전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학생들은 스스로 진로과목을 선택하고, 본인의 진로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직접 노력한 것으로써 학교와 교사들의 모든 활동상황을 알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탐구보고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것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탐구보서를 어떻게 작성해야하는 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진로담당선님들도 탐구보고서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미디어숲에서 출간된 나는 탐구보고서로 대학 이공계간다.’는 탐구보고서의 비중이 대학입시에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학생, 학부모들을 위해 출간되었다.

저자는 EBS 진로대학 대표강사로서 이책에서 이공계열과 자연계열의 보고서 작성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이책은 입시전문가 세분이 함께 저술한 책이다.

한국교육컨설턴트협의회 교수로 상담사 양성과 팟캐스트 진학주책쇼를 통해 진로와 진학을 재미있고 쉽게 전달하는 정유희 내일지식창고 대표, 물리, 수학교육학과 전공으로 자연이공계열입시 및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유원멘토교육연구소장 안계정 소장, EBS진로대학 대표강사이자, 경남 현직 진로상담교사인 정동완 선생님이 그들이다.

 

이책은 총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탐구보고서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주제선정, 계획수립, 탐구보고서 작성하는 법, 정보검색하는 법등에 관해 설명한다.

2장에서는 탐구보고서 주제찾기에 대해 설명한다.

먼저 과목별 교과서 지문을 활용한 사례, 신문 기사 활용사례, 학회지나 잡지활용사례를 설명하고, 다음으로 입시계열별로 목차정하는 방법을 얘기한다.

3장에서는 입시계열별로 장기프로젝트와 단기프로젝트를 구분하여 탐구보서 작성사례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서는 세종과학실험캠프, 동아리 심화탐구 교육, 우주체엄교실등 탐구보고서 연계활동에 관해 설명한다.

 

2015년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수능이 2021년인 올해 수능부터이다.

탐구보고서가 입시에 중요하지만,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막막한 학생들에게 이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지방의 학생이라면 입시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야 할지 상담 받을 곳도 마땅치 않다. 이책이라면 탐구보고서에 관하여는 아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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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보루 -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유족과의 교류
야마카와 슈헤이 지음, 김정훈 옮김 / 소명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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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보루

 

이 책 인간의 보루를 쓴 저자 야마카와 슈헤이1997년 골프투어로 제주도를 처음으로 방문한다. 그는 주택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택업계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일본내 큰규모의 회사간부사원들로 구성된 영업전략연구회라는 친목모임의 회원이었다. 이 모임 구성원 4명은 97년 골프여행을 목적으로 제주도에 도착한다. 2일째 되던 날 저자는 전날 막걸리를 많이 마셔서 속이 탈이 난 까닭에 모임의 다른 회원들이 골프를 치러 나갈 때 호텔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홀로 남은 저자는 호텔주변을 배회하던 중 다방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른다. 거기서 그는 우연히 일본어를 잘하는 남자를 만나는데, 그는 해방 전 오사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 소재한 대학교 법학과를 다니다중퇴하였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김중곤이다. 그는 해방이후 광주 기마경찰대에 입대했다가, 서울에 처음으로 호국군 서울사관학교가 생기자 1기생으로 입학하고, 졸업 후 원주에 배치 받아 근무중에 한국전쟁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국전쟁에 대해 궁금한 것을 듣던 저자는 김중곤의 여동생에 관해 듣게 된다. 그의 여동생은 근로정신대의 일원으로서 나고야의 군수공장에서 일하던 중 해방 1년전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공장잔해에 깔려 숨졌다고 한다.

우연한 짧은 만남이후 형식적인 인사인 다음에 또보자는 말이 저자 야마카와 슈헤이의 인생항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줄을 그 당시에는 몰랐다. 저자는 이를 자신의 운명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본의 버블경제가 없었다면 제주도에 가서 골프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제주도에 가서 막걸리를 많이 마셔 설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두 사람의 만남은 없었으리라. 그리고 약속다방의 문을 열지 않았다면 김중곤과의 만남은 전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만남은 우연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법이다.”

 

2개월 후 다시 그는 홀로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고 김중곤과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후 그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시민모임에 가입해 피해자들의 지원에 매진하는 인권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인권활동가로서 살아온 과정을 쓴 자전적 에세이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의 활약상과 근로정신대에 관한 재판과정을 소상히 적고 있어서, 사실을 기록하는 역사책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이책에서 그는 김중곤을 만난 후 자신이 근로정신대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와, 1998년 일본의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 근로정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지원회)’을 결성하게 된 과정 그리고 이 모임이 주도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 진행과정을 소상히 적고 있다.

 

근로정신대란 흔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오인 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선여자 근로정신대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과 국내의 군수공장 등에 강제 취역됐던 조선의 여성들을 말한다. 당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로 동원된 조선 여성은 약 7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19377월 중일전쟁 이후 19458월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 까지 일본은 수십만명의 조선 남성을 강제로 연행해 노동력을 착취하였고, 전쟁이 확대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여성들까지 징용해 갔다고 한다.

 

일본은 나라의 정책으로 근로정신대를 계획했으며, 조선의 14세 전후의 소녀들은 일본에 가서 일하면 기숙사에 들어가 급료를 받으면서 여학교에 다닐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일본으로 갔다고한다. 하지만 학교는 커녕 넉넉지 않은 식량상황과 함께 비행기 생산에 종사하여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도난카이 대지진으로 건물이 붕괴함에 따라 목숨까지 잃게 되었다고 한다. 김중곤의 동생도 그 때 사망하였고, 그의 부인 복례도 근로정신대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한다.

 

나고야 지원회 대표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는 게이오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비정규직강사로 일하면서 나고야역사학회에 가입하여 활동중이었다.

어느 날 재일역사학자인 박경식의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는데, 거기서 그는 자신이 배운 역사와는 다른 역사를 알게 된다. 이후 그는 여러 자료를 통해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피해자들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과 함께 모임을 결성하고 자료등을 수집하여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불고하고, 일본 나고야에서 진행된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받게 된다. 판결의 주된 이유는 일본과 미쓰비시 중공업의 불벌행위책임이 성립하지만 한일청구권 협정이라는 억지 이유를 들어 원고패소판결을 내린다.

한일청구권협정이란 국가간의 책임을 명확히 한 조약이고, 개인간의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본법원은 이를 근거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항소심에서 원고측 증인으로 나온 서울대학교에서 법과대학에서 법사학을 전공하고 건국대학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던 김창록씨의 증언에 따르면,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이하한일협정’)은 영토분리분할에 따른 민사상, 재정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약이었으며, 식민지배에 관한 문제가 포함되는 것에 관해 조약의 당사자인 일본이 명확히 부정했기 때문에 식민지배에 관한 것은 조약의 내용이 아니라고 증언한다.

 

따라서 어린소녀들을 속임을 당해 끌려와서 자유를 구속당했고 무기한으로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이 소송 항소인들의 주장은 식민지배에 관한 문제이므로 한일협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였다. 또한 동 협정제21항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이라는 문언과 동조 제3어떠한 주장도 할수 없다라는 문언의 해석은, 협정의 법적효과에 대하여 일본정부의 경우 외교보호권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정리했으며 1990년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이 주장하는 법적효과를 보아도 개인이 가지는 청구권에 대하여 협정은 어떠한 효력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협정의 성질에 대하여도 협정체결당시 한일은 전쟁상태가 아니었으므로 강화조약이라고 볼수도 없다고 한다.

 

이러한 증인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일본사법부는 한일협정 원고패소판결의 주요 근거로 들고 있다.

이책 인간의 보루 서두에는 항소심 주요내용을 요약하여 싣고 있다. 저자의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나고야 고등법원의 판결내용을 알리고자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아래 판결내용요약을 그대로 옮긴다.

 

​① 국가와 미쓰비시중공업의 불법행위 책임의 성립을 인정하며, 아직까지 미해결된 문제이다.

 

어린 소녀들의 향학열을 역으로 이용해 가족의 품에서 끌어간 행위는 기만 혹은 협박으로 정신대원에 지원하게 한 것으로 인정되며 강제연행이라고 보아야 한다.

 

소녀들에게는"연령에 비해 가혹한 노동이었던 점, 빈약한 식사, 외출과 편지의 제한.검열급료의 미지불등의 사정이 인정되며 게다가 정신대원을 지원하기에 이른 경위 등도 종합하면 강제노동이이라고 보아야 한다.

 

당시 일본도 비준한 ILO(국제노동기관) 조약29(강제노동에 판한조 약)를 위반했다

 

국가무답책의 법리 적용에서 명확히 벗어나 미쓰비시중공업이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논거로 삼아 오던 전쟁 전의 미쓰비시중 공업과 현재의 미쓰비시중공업별도 회사론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계속성이 존재하므로 불법행위 책임을 질 여지가 있다.

 

이와 같이 국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엄하게 단죄하고 양자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원 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논거로는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 전쟁 피해자 개인의 재판상 소구할 권능을 말살시켰다는 해석과 한일청구 권협정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재판소 입장에서 불법행위 책임의 이행을 명령할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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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주인
로버트 휴 벤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메이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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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주인

 

이소설은 로마카톨릭교 신부이자 당대 최고의 지식인중 한 사람이었던 로버트 휴벤슨의 작품이다. 그는 1871년 에드워드 화서트 벤슨과 메리 시지픽의 막내아들로 런던 외곽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 성공회 최고위직인 캔터베리 대주교 자리에 올랐다. 벤슨은 이튼 칼리지를 거쳐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종교학과 문학을 공부했고, 1893년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성공회의 교리에 의문을 품으면서, 점점 로마 가톨릭교에 매료되어 가던 그는 1903년 카톨릭교로 개종한다, 캔터베리 대주교의 아들이자 촉망받는 성공회 신부이던 벤슨의 개종은 당대 종교계는 물론 유럽 사회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유명 지식인들이 그를 따라 로마가톨릭교로 개종하면서 당시 영국 사회를 발각 뒤집어 놓았다고 한다.

벤슨은 1904년 로마 가톨릭교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케임브리지로 부임해 사목 활동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며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그리고 폐렴 증세 등으로 43세라는 이른 나이에 타계하였다고 한다.

 

이 책 세상의 주인1907년에 그가 쓴 작품으로, 세상이 인본주의를 신봉하면 결말이 비극으로 끝날 것을 경고하면서, 그리스도교정신으로 인본주의가 초래할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소설의 주요내용은 동방과 서방이 전쟁위기에 직면하였을 때, 이 위기상태를 평화롭게 해결한 인물이 세계 대통령이 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그는 세계평화를 공고히 한다는 명분으로 인본주의를 내세우고, 합리적 이성을 신봉하는 인본주의는 하나의 종교로 발전한다. 하지만 인본주의라는 종교는 초월자, 신등을 부정하는 형식적인 종교로서 진정한 종교의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이들이 종교와 유사한 점은 오로지 하나 뿐인데, 인본주의라는 교리에 심취되어 맹목적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인본주의가 기존 종교의 자리를 차지하자, 그들은 인간의 능력을 찬양하며, 사상을 통합한다는 명분으로 종교인들을 탄압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세상을 지배한 인본주의자들과 그들을 반대하는 소수 카톨릭교도들간의 투쟁을 그리면서,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은 인본주의를 취할 경우 초래되는 비극적 결말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무리 선한 목표를 가진 주의라도 이를 극단적으로 추구한다면, 이 책이 그린 그런 디스토피아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어떤 주의를 극단적으로 추구한다면 자신이 신봉하는 사상만이 옳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자신과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억압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종교도 마찬가지다. 과거 역사는 힘이 센 종교가 자신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강압적으로 개종시키거나, 없애려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카톨릭이 인본주의의 탄압을 받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과거 카톨릭이 자신의 세력을 내세워 자신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억압하던 시절도 있었다. 다른 종교의 경우도 자신의 종교를 강요한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상의 경우는 두말할 것도 없다.

역사를 보면 종교나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왔다.

 

근대이후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양성의 존중이다. 나와는 다르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다양성이 소멸하고 모든 것이 하나로 통일 된 사회가 바로 자유를 잃어버린 전체주의 국가인 것이다

 

이 소설은 인본주의 신봉자들의 탄압에 맞서는 소수의 카톨릭교도들의 이야기 이지만, 사상이 나 종교의 다양성 측면에서 본다면 종교와는 무관하게 읽어 볼 수 있는 책일 것이다.

물론 인본주의만이 옳다고 하는 것은 반드시 사회문제를 초래하는 것은 분명하다.

인간이라는 개념의 속성에 불완전한 존재라는 속성이 반드시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완전한 존재가 필요하다. 그것은 종교가 될 수도 있고, 사상이 될 수도 있다. 완전함을 가진 존재의 속성에 도달하려는 노력이 바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중 하나 일 것이다.

이룰 수 없는 이상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 그것이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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