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순수학문 예찬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세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지금은 인문학이나 기초과학분야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정부에서 이공계열을 육성하고, 인문학계열이나 기초과학부분은 실용적이지 않다고 하여 정부지원을 거의 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기초과학분야를 경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초과학육성에 점차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잡스가 아이폰에 인문학을 접목하여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자, 인문학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인문학열풍이 불어닥치기도 하였습니다.

당장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기초과학분야나 인문학분야를 소홀히 한다면 유용한 학문이라고 일컬어지는 이공학이나 사회계열 학문등의 발전도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유용한 학문이라고 말하는 이들 학문들도 기초과학이 이룩해 놓은 업적에 이를 실용화하기 위하여 아이디어를 부가함으로써 유용하다고 불리는 것들을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면 무선통신을 최초로 성공시켜 이를 상업화함으로써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마르코니의 업적도 맥스웰과 헤르츠의 연구결과에 아이디어만 얹었을 뿐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어떠한 산출의 압박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호기심 충족을 위한 연구가 없었다면 유용하다고 일컬어지는 것들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 책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초대소장인 플렉스너의 클래식 에세이와 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소장이자 끈 이론의 권위자인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두 저자는 경제적인 산출을 창출해내는 학문이 아니라고 하여 천대 받기 쉬운 기초과학학문의 중요성에 대해 변명합니다. 그리고 경제적 이해와 무관한 호기심, 상상력의 무한한 가치를 지향하고, 인간의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초과학이나 다른 기초학문은 충분히 자신의 분야의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이런 학문들이 유용성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보다 이러한 학문의 존재의의를 부여하는 더 큰 가치는 이들 학문으로부터 인류의 마음과 정신에 엄청나게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이 특정 신념이나 가치를 가진 사람의 도구로 개편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고 하면서 플렉스너는 말합니다. “인류의 진정한 적은 용감하고 책임감 없는 사상가가 아니다. 인류의 진짜 적은 인간의 정신이 날개를 펼치지 못하도록 틀에 가둬 주조하는 사람이다.”

 

사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의 진보는 자유로운 정신이 앞장서서 개척해왔습니다. 전제왕권이 신이 내린 권력이라는 틀 속에 갖혀서 이것의 부당함조차 생각할 수 없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사상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시절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인류의 진보는 자유로운 인간정신 덕분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볼 때, 어떠한 산출압력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자유로운 인간정신을 추구하는 학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존재의 정당성을 입증한다고 하는 저자들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