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은 조선 전기와 후기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만큼 전쟁 전과 후의 사회가 크게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여러 국가가 피해를 입었다.
침략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국인 조선은 두 말할 것도 없고, 당시 대국이었던 명나라도 임진왜란의 영향으로 국력이 쇠퇴하게 된다.
침략국인 왜 역시 임진왜란의 영향으로 정권이 바뀌게 된다.
조선 정벌을 주도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이 무너지고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이 수립되었다.
그런데 임진왜란을 기회로 삼아 명에 대적할 만큼 국력을 키운 나라가 있었다.
청은 만주 일대에서 누르하치가 세운 나라이다.
임진왜란 전 누르하치가 주변의 여진족들을 복속시키자, 명은 누루하치가 세운 나라를 경계하게 된다. 그런데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명은 조선에 원정군을 보내면서 누르하치로부터 눈을 돌리게 된다. 이때를 기회로 누르하치는 명에게 대적 할 만큼 국력을 키우게 된다.
임진왜란이후 명은 점점 쇠퇴하게 되고 후금(나중에 청나라가 됨)은 명을 위협할 만큼 커 진다. 임진왜란은 아이러니 하게도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청을 승자로 만들었다.
드디어 명 청 교체기가 시작된 것이다.
조선은 저무는 강대국과 떠오르는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다.
당시 조선의 군주 광해군은 중립 외교 정책을 펼치지만, 임진왜란에 파병한 은혜를 저버리는 것은 배은망덕한 것이라는 주장에 광해군의 정책은 힘을 잃게 된다.
그 결과가 결국 병자호란으로 이어진다.
1600년경의 조선을 둘러싼 정세는 이러 했다.
그로부터 400여년이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
세계의 패권국가인 미국과 이에 대항해 새롭게 패권국이 되려는 중국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몇 년 전 문제가 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 사드 배치문제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드 갈등은 아태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본질이다.
그러나 그 사드가 한국을 테스트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미국은 사드 배치를 굳건한 한미 동맹의 척도로 보는 반면, 중국은 한국의 사드 철폐여부를 한국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의 척도로 보았다.
중국은 최고 국가 지도자 차원에서 사드 반대를 요구했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경제보복과 국영 언론을 통한 대대적인 여론전과 심리전을 전개하면서 보복했다.
이때 미국이 취한 태도는 방관이었다.
두 강대국 간의 갈등임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한국이 입게 된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패권에 도전 할 수 있는 국가는 없었다.
그러나 현재 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쇠퇴해 가고 있고, 급부상한 중국이 미국에게 패권을 나눠 가질 것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지도력의 후퇴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시작 되었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하버드대 중국 전문가 윌리엄 오버홀트는 생각은 다르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 쇠퇴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미명하에 국제 통상, 기후 변화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들을 홀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가속화 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라는 미국 지도자의 등장이 중국의 부상을 가속화하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트럼프가 취하고 있는 ‘미국고립주의’의 역사는 사실 트럼프 이전 전임자 시절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빌 클린턴 행정부시절은 냉전의 종결과 함께 미국인들이 국외 문제보다 국내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던 시절이었다. 클린턴은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인도주의 적 관점에서 소말리아 분쟁에 개입했지만 오히려 국내적 비판에 직면하였다.
이후 미국사회는 해외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조지부시 행정부 시절 911테러를 겪으면서 부시 행정부는 일방주의 보다는 다른 국가들과 공조를 취하는 다국적 주의로 선회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세계에 대한 영향력 축소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 후 미국 발 금융위기 기간에 집권한 오바마 집권시절은 미국이 슈퍼파워라는 스스로의 인식에 크게 손상을 입은 체 시작하였다. 미국인들은 정부가 해외에서 벌이는 전쟁과 비용에 대해 이전에 비해 더더욱 비판적 태도를 취하였고, 오바마 행정부는 자연스럽게 국내 정치에 집중하고, 세계 경찰 역할에는 뚜렷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미국인들은 경제 회복 , 전쟁 끝내기 , 새로운 전쟁을 하지 말기 등 고립주의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아시아 재균형’정책을 시작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중국은 미국이 쇠퇴를 인정하고 슈퍼 파워 리더쉽을 나누는 신형대국관계를 미국에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렇듯 트럼프는 미국이 고립주의를 취한 결과 세계에 대한 지도력 상실의 결과로 등장한 인물이라고 한다.
트럼프의 반대편에 있는 시진핑을 보자.
트럼프의 집권이 끝난 이후에도 미국과 한국은 시진핑을 상대해야 한다.
북한의 김정은처럼 시진핑은 이미 장기집권체제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내건 기치는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다.
구체적으로, 첫째, 서방 열강이 침략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복귀 하는 것, 둘째, 대륙의 신장과 티벳 뿐 아니라 홍콩과 타이완을 포함한 중화영역에 지배력을 구축하는 것, 셋째, 인접한 국경과 영해 지역에 역사적으로 누려왔던 영향력을 회복하여 아른 국가들이 중국을 존중하게 하는 것, 마지막으로 국제 무대에서 다른 강대국들의 존경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기치 아래 중국의 기존 행보를 보면 패권을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진핑이 공산단 총서기로 등극하고 나서 ‘해양강국전략’을 선포하면서, 남중국해 같은 경우 미중간 충돌이 발생할 시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을 표명하였다.
그리고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식에서 ‘ 어떤 외국도 우리가 ’핵심 이익을 거래 할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밝혔다.
핵심 이익을 강조한 중국 외교의 강경한 정책이 나타난 것 중의 하나가 한국의 사드배치문제와 필리핀과의 영토분쟁이다.
시진핑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해에서 필리핀의 석유 시추 중단을 강력하게 압박하였다.
두테르테에 의하면 “ 그는 필리핀이 석유 시추를 강행한다면 전쟁에 나설 것이다. 당신과 싸울 것이다. ”라고 위협했다고 한다.
2014년 시진핑은 “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국가 핵심이익을 희생하지 않겠다.”라고 하며, 선을 긋고 양보 불가를 천명하였다.
또한 시진핑의 대외전략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군부와 당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전임자인 후진타오 시대는 비둘기파가 중심이었지만, 시진핑 시대로 들어서 매파가 주도하는 것도 중국이 강경한 외교를 펴는 이유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기치를 든 시진핑의 조합은 강 대 강이다.
세계 모든 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특히 대한민국은 두 강대국 간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국가이다.
한국은 중국과 인접해있고 미국에 있어 한국은 아시아에 대한 전략상 포기할 수없는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입장에서는 두 나라 중 어느 한 국가를 포기하고 한 국가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존에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이라는 외교 기조로 접근하였으나, 최근 미 중 두 나라는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약소국인 한국으로서는 선택 할 수 있는 답지가 거의 없다.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 할 것인가?“의 저자 이성현은 국익에 의거한 기준을 세우고 실리적인 외교 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한다.
즉, 우선적 기준을 국익에 두고,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한국은 미국을 선택해도 진다고 한다. 바로 옆에 있는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을 선택해도 진다고 한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파탄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은 미 중 모두를 선택해 두나라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윈-윈이 된다고 한다.
그러한 옵션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우선적 기준을 국익에 두고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할 것을 주장한다.
예를 들면 현 시점에서 국가의 우선순위가 북핵 문제라면 한국은 미중사이의 한 국가를 북핵 문제 해결의 주 협력 국가로 삼고, 다른 한 국가는 관리의 대상으로 삼아 훼방의 리스크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방안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지금은 미국의 쇠퇴로 생긴 리더쉽 공백을 개발도상국을 대표하는 중국이 채워주지 못하여 국제질서가 표류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G-제로시대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만큼 현재 국제정세는 혼란스럽다
패권이 변화하는 이 과도기에 두 강대국의 이해 충돌지점에 위치한 한국은 다른 여러국가보다 더 어려운 위치에 있다.
힘을 겨루는 강대국 사이에 끼인 약소 국가로서 선택가능한 것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미중을 바라보고 있기만 해서는 안될것이다.
어렵지만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야한다.
과거 명청교체기의 조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력신장과 더불어 국제 정세에 관한 끊임없는 주시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두강대국의 의중을 신속히 파악하여 우리 국익우선을 기준으로 그에 대해 대처하는 외교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외교는 물론 정부의 몫이다.
위기 때 마다 위인이 등장하여 훌륭한 국민을 지도하여 국난을 극복해온 유구한 역사가 있는 대한민국이 이번에도 지혜롭게 대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재의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과 미중 정치의 최신방향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출판사 [책들의 정원[ 이성현 지음 ‘미중 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 할 것인가?’를 읽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