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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 실크로드 1200km 도보횡단기
김준희 글.사진 / 솔지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우즈베키스탄에는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사막 키질쿰이 400Km에 걸쳐서 놓여 있다. 여름 한낮에는 기온이 50도 가까이 올라가는 곳이다. 그 사막을 걸어서 통과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키질쿰 사막 때문에 더욱 욕심이 생겨났다. 아무도 없는 사막을 따라서 뜨거운 태양빛을 받으며 지평선을 바라보며 걷는다는 것, 꽤나 매력적인 여행이 되지 않을까?(p.12)
실크로드는 아시아의 넓은 지역을 가로지르면서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광대한 네트워크로 '우즈베키스탄'은 과거 동서양을 잇던 실크로드의 중심지였으며, 1991년까지 약 72년간 러시아 통치를 받으면서 기존 이슬람 문화 위에 유럽식 러시아 문화가 융화된 독특한 생활양식 및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은 도보여행의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며 실크로드의 중심지 우즈베키스탄을 혼자서 도보로 횡단한 저자의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그동안의 나태했던 여행이 왠지 후회돼서 이번에는 좀 더 힘든 여행 속으로 자신을 던져보고 싶었다. 장거리 도보여행을 통해서 육체를 극도로 피곤하게 만들고, 말이 안 통하는 낯선 장소, 언제 물과 식량을 구할지 모르는 환경 속에서 나의 정신을 긴장하게 만들고 싶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사도시 '사마르칸드'는 과거 실크로드의 중심도시이자, 티무르 제국의 수도였다. 중국의 장안에서 터키의 이스탄불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에는 몇 가지 길이 있다. 천산북로, 천산남로, 서역남로가 바로 그길들이다. 41일간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우즈베키스탄의 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중앙아시아의 매력에 흠뻑빠질 수 있었다. 한동안 산티아고 성지 순례 길이 소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길을 걷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산티아고의 카미노는 셜리 맥클레인이나 파울로 코엘료 등 명사들이 이 길에서 체험한 영적 깨달음, 삶의 변화를 고백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순례자들이 이 길에서 얻은 대단한 영적인 깨달음과는 다른 종류의, 삶의 획기적 변화와는 다른 소소하고 익숙한, 그래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깨달음을 전해준다. 국내에서도 최근 2, 3년간 다양한 종류의 산티아고 여행기가 출간되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나 또한 도보여행에 관심이 많아 언젠간 가보고 싶은 곳으로 추가한곳중의 하나이다. 총 4~50일 걸린다는데 체력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고난의 순례길 이다. 최근 제주의 올레길 걷기 코스를 알게 되면서 언제 한번 기회가 되면 제주도를 도보로 일주를 해볼까 생각했었다. 여행의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도보여행은 정말이지 몸으로 체험하는 여행이다.
20대 시절의 여행은 무조건 많이 보고 많이 느끼려 하는 마음 때문에, 또 일단 돈이 없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이며, 온갖 신경 줄이 다 곤두서 있는 채로 여행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여행은 차원이 다른 여행이다.어쩌면 목숨을 걸고한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싶을정도로 처절하게 뜨거운 사막의 태양으로 인한 더위와 고독과 싸우면서 무려 41일간을 걷고 또 걷는 고난의 여행이었다.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우즈베키스탄 땅을 향한 열정과 안타까움, 여행을 사랑하는 마음들을 정말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더욱 간절하게 고민하게 되는 타인과의 관계나 삶의 방향성같은 문제들이다. 자신을 재발견하기 위해 여행은 꼭 필요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돌아가고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봐야겠다는 생각과 점차 나태해지는 마음을 다잡는데 이같은 여행을 한번 해보는것은 어떨지 생각해보게한 인상깊은 여행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