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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Apple이 아니다 - 인문학을 통해 바라본 애플, 애플을 통해 바라본 인문학
박정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2년 3월
평점 :
20세기 중반부터 정보화 사회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사실 진정한 정보화 혁명은 잡스의 '애플'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34)
이 책은 사르트르와 푸코에 심취한 철학자가 바라본 애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애플사에서 출시한 여러 제품들에 대해 인문학적인 해석을 통해 애플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다. 알록달록하고 달콤한 색깔로 앙증맞고 예쁜 디자인의 아이팟과 무미건조하지만 세련미의 극치를 느끼게 하는 단순한 직육면체로 이루어진 아이폰의 디자인을 보면서 아이팟이 휘핑크림 가득 얹어진 카페모카 같았다면 아이폰은 담백한 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역시 IT기술의 발달은 현대인들에게 편리함을 준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애플사의 제품들은 유저가 편하게 사용할수 있어야 한다는 통제가능성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알게된 사실 하나는 스티브 잡스가 창조적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완전히 발명한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모두 누군가가 먼저 한것을 가져다가 완벽하게 다듬어 상품화 시킨것이란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문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고루한 학문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인문 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인문학은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학문이었다. 하지만 미래는 창의력의 시대이며 그 바탕에는 인문학이 있고 인문학의 기본은 바로 철학이 아닐까 싶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르 내는 것과 사물을 통합적으로 판단하는 통찰력뿐이다. 그런데 창의성이나 통찰력은 폭넓은 지식의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폭넓은 지식이란 다름아닌 인문학이다.
스티브 잡스는 “죽기 전 소크라테스와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주겠다”고 말한 스티브 잡스를 회상하며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쳐온다'는 피카소의 말을 떠올려 본다. 천재의 특성 중 하나는 발명이 아니라 편집에 있다는 사람들의 말이 일리있는 주장임을 느끼게 된다. 미세한 차이로 한없이 반복 증식되는 이미지들이라는 의미의 '시뮬라크르'도 새롭게 알게되었으며 이 책의 장점중 하나는 QR코드를 활용해 독자들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책을 읽으면서 자세한 참고자료를 바로 볼 수 있게 한 점이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자신을 바로잡고 지켜야 하는데, 흔들림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질문과 의심, 즉 철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