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 어울리는 - 이승은 소설집
이승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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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왠지모를 설레임을 주었던 이승은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오늘 밤에 어울리는」을 읽으면서 그 설레임이 당혹감으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처음에 실린 (파티의 끝)부터 등단작인 (소파)와 표제작인 (오늘 밤에 어울리는), 제목조차 의아스러운 (남극 산책, 사실 저는 원래 발표하셨던 ‘레스토랑‘이 더 와닿았지만 너무 직접적이어서 변경했나봅니다.)과 (왈츠), 미발표작이자 비교적 최근에 쓰셨던 것으로 추측되는 (찰나의 얼굴, 물론 시 한편으로 정확하게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심지아시인의 첫 시집인 「로라와 로라」가 작년 6월 말에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있어서 그런지 그 이후에 쓰여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서 6편에 비해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덤벨과 위스키), (성탄절 특집)까지 총 8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잘 와닿지가 않았는 데 아마도 (덤벨과 위스키)와 (성탄절 특집)을 제외한 6편의 단편 속 인물들이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아니면 만나면서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에 제 마음이 복잡미묘해진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해설을 읽으면서 소설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을 찾으려는 심리가 제게도 있어서 그런지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추천사를 쓰신 정영수작가님처럼 저도 깨끗하고 모던한 식탁에서 연인이나 부부, 아니면 최소한 혼자는 아닌 사람들이 식사나 브런치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던데 저와는 다른 사람들이 분명 맞지만서도 왠지모를 소외감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창비출판사의 외래어표기법은 체계적이지 않아서 적응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조해진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 「빛의 호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실루엣‘이나 ‘썬글라스‘같은 S자로 시작되는 단어들에 대해 말씀드렸는 데 이번에는 ‘이딸리아‘나 ‘빠리‘ 같은 지명에서도 불분명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정세랑작가님의 첫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에서는 과거 창비출판사에서 표기했던 ‘토오꾜오‘를 ‘도쿄‘로 표기를 했더군요.
그러고보니 윤고은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알로하」에서 표기되었던 ‘레스또랑‘이 이 소설집에서는 ‘레스토랑‘으로 표기가 되는 등 외래어표기법이 같은 출판사여도 편집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아서 혼란스럽습니다.
어쨌든 앞으로 나올 이승은작가님의 작품들을 찬찬히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승은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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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2
최은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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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12번째로 최은미작가님의 「어제는 봄」의 표지가 소설의 느낌과 가장 잘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 소설은 개나리가 필 때쯤 싹이 돋고 벚꽃과 목련이 질 무렵 하얗게 꽃을 피우는 흔히 싸리꽃으로 알고 있으나 정확한 명칭은 조팝꽃인 조팝나무 꽃이 피는 4월 말에 읽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4월 말이므로 지금 읽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등단한 지 10년째이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없이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 채 소설을 쓰면서 딸 소은이를 키우는 모난 구석이 없지만 성욕 또한 없는 남편 윤지욱과 결혼한 작가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정수진이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차 경진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이선우경사와 만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눈으로 읽으면서 2017년 10월에 출간되었던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가 당연하게 생각났습니다.
외도를 저질렀다는 어머니의 소식을 다른 여자에게서 듣게되는 교생실습하던 그녀가 그 여자에게 아버지에게는 제발 알리지 말아달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았지만 그 충격이 매우 컸었고 그 후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또한 5월 한복판에서 갑자기 그렇게 떠나면서 양주를 벗어났지만 멀리 벗어나지는 못하고 오히려 양주에 대한 소설을 10년동안이나 쓰게 되는 정수진이 이선우경사에게 느끼던 감정을 급작스럽게 거두게되는 모습 또한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6월에 소은이의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는 데 하필이면 소은이가 어릴 적에 큰 충격을 받게 되었으며 정수진 또한 지울 수 없는 과거가 생기게 된 계기를 주는 능으로 가게 되었고 그녀 역시 폴리스맘으로 같이 동행하게 되어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 데 역시나 예감은 틀리지 않게 되고 거기서 운명적처럼 이선우경사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는(? 멧돼지와 수진이 대립하던 상황에서 멧돼지를 소탕하고 수진과 아이들을 구했으니) 것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또 핀시리즈 소설선의 한 단락이 마무리 되었네요. 다가오는 25일에 나올 또 한 단락의 시작을 알리는 핀 시리즈 소설들이 기다려지면서 최은미작가님의 다음 작품들 또한 기다려집니다.
최은미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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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9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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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주관하는 등단 10년이내의 젊은작가들의 중단편중에서 7~8편을 뽑고 대상을 정하지만 따로 상금에 차등을 두지 않는 젊은작가상이 벌써 10회째를 맞이하였고 이번의 대상수상작가는 작년에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였고 동명의 제목으로 첫 소설집을 내신 박상영작가님이더군요.
제목은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던데 제목만 봤을 때에는 약간 병맛같은 이야기가 아닐까했지만 읽어보니 꽤나 진지한 이야기였고 또 잘 읽혀져서 대상받을 만 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상영작가님외에도 6명의 젊은작가님들도 같이 수상하셨는 데 김희선작가님의 (공의 기원)은 간발의 차로 먼저 출간된 두번째 소설집 「골든 에이지」에서 이미 읽어봤으므로 이번엔 해설만 읽었습니다.
백수린작가님의 (시간의 궤적)은 황종연문학평론가님의 말씀처럼 작가님의 이름이 기재되지 않아도 이 작품은 백수린작가님의 작품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고요한 사건)이나 (여름의 빌라)와 함께 실릴 세번째 소설집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주란작가님의 (넌 쉽게 말했지만)은 별 다른 내용이 없는 데도 뭐랄까 눈길이 갔다고 해야하나 가볍게 읽었고 작년 (더 인간적인 말)에 이어 올해도 수상하신 정영수작가님의 (우리들)을 읽으면서 역시 「애호가들」에서 느꼈던 것들을 이 단편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절과 기분)도 후보였던 김봉곤작가님의 (데이 포 나이트)를 읽다가 이작가님이 영화를 전공하셨구나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는 데 아마도 첫 소설집이었던 「여름, 스피드」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등단작 한 편으로 수상하신 이미상작가님의 (하긴)의 김보미나래라는 이름이 인상깊었고 저또한 남들은 유치원때부터 외운다는 구구단을 다 외우지 못해서 매번 남아야했던 초등학겨 2학년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저는 앞서나온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리뷰를 쓸때에도 언급을 했지만 저는 작가님들이 계간지나 지면에 발표한 중, 단편들과 또 연재하는 장편소설들을 찾아서 읽지 않고 오롯이 단행본으로 나오게 되면 읽는 편입니다.
물론 5500원이라는 절대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 가장 큰 우선순위이긴 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2017년에도 작년에도 올해에도 기다렸지만 계속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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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에이지
김희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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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직접 표지를 그리셨던 첫 소설집 「라면의 황제」부터 땅 속 깊이 묻어버리고 싶을 만큼 감당하기 어려웠던 첫 장편소설 「무한의 책」까지 돋보적인 작품세계가 인상깊었던 약학과 출신의 현재도 약사이신 김희선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인 「골든 에이지」를 읽어보았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작가님이 표지를 그리셨다면 어떠셨을 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표지도 마지막에 실린 표제작 (골든 에이지)를 읽어보니 이해가 가더군요.)
처음에 실린 이번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공의 기원)부터 그럴듯한 이야기들로 가득차있더군요.
지금 우리가 차고 있는 축구공이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생겨나고(공의 기원) 유명 래퍼가 한국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종적을 감추고 한국의 어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스테판, 진실 혹은 거짓)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토끼가 뽑는 다는 다소 기괴한 사연(18인의 노인들- 우리나라가 아니라고 못박았지만 한 시인이 생각나는 것은 기분탓이겠지요.), 영원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장기를 포함한 신체를 새 것이나 중고품으로 교체하며 살아가는 미래(그리고 계속되는 밤)의 이야기나 언젠가는 상용화될지도 모르는 냉동인간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W시의 유명명소(조각공원), 어느 날 갑자기 날라온 편지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 세탁소 주인(지상에서 영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과테말라의 쓰레기산에서 탈출한 형제와 바다에 빠진 박흥수씨가 버뮤다삼각지대를 통해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된 다소 황당하면서도 그럴 듯한 이야기(해변의 묘지)들이 첫 소설집 「라면의 황제」에서부터 그랬지만 읽은 지 오래되었고 첫 장편소설이었던 「무한의 책」은 너무 방대하였기에 김희선작가님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잘 생각나지 않아서 조금씩 멈칫하고 그랬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골든 에이지) 또한 어떤 지질학자였던 미치광이가 분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책으로 인해 아흔이 넘은 열쇠수리공이었던 김상옥씨가 분쇄기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데 그 속에는 2014년 4월 15일 이후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은 손자가 있었고 그 손자를 마지막으로 본 2014년 4월 15일로 돌아가 영원히 그 날로 살아가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하는 김상옥씨의 사연이 인상깊었고 저도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한 김상옥씨가 원하던 2014년 4월 15일로 돌아가서 손자의 얼굴을 계속 원없이 볼 수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골든 에이지 = Golden Age . 황금세대 즉 나의 인생에서 가장 황금같이 빛나던 시기가 나에게 벌써 왔을 수도 아니면 아직 안 왔거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 나의 골든 에이지가 될지도 모릅니다만, 정말로 그 순간을 영원하게 맞이한다면 저도 김상옥씨처럼 그렇게 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분명 터무니없는 데도 믿고 싶게 되는 이야기들을 써주신 그리고 앞으로도 써주실
김희선작가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살아가는 매 순간 순간을 ‘골든 에이지‘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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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빛
이동욱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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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여우의 빛」을 읽으면서 절망적이기보다 다소 무미건조해보일 수도 있지만 표제작이자 등단작인 (여우의 빛)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평범한 이야기여서 눈 앞에 연약한 더듬이 한 쌍을 교차시키며 기어가는 개미, 천장에 붙어있던 죽은지 오래된 나방(애플 시드), 유통기한이 보름이나 지난 우유 안에서 증식하고 있을 세균들(로커룸), 펼친 우산 안 쪽에 붙어있던 초록색 애벌레(야간 비행), 날개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방 안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는 말벌(아케이드), 비가 내린 다음 날 등굣길에 죽어있던 지렁이(프리마 돈나)처럼 우리 생활 곳곳에 절망이 숨겨져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킬러라는 다소 자극적인 직업을 가진 인물이 죽여야할 사람을 죽이지 못하여 점점 업계에서 도태되어가는 (여우의 빛)또한 절망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이 퍼니 발렌타인)에서 트럼펫을 불던 인물을 보며 저도 고등학생때 제 스스로 터특했던 하모니카를 불었던 때가 생각이 났었는 데요. 이 것도 숨을 하모니카 구멍에 불어넣고 숨을 삼키고 다시 하모니카에 불어넣고 하는 등 폐활량이 좋아야 잘 불 수 있더군요. 잠시나마 하긴 했는 데 하모니카에 침이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군악대에 지원하고 제대하여 군악대에 지원하려는 젊은 청년에게 트럼펫을 직거래로 파는 남자가 사랑했던 여자와 헤어지고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와 결혼한 것과 아내와 이혼을 준비하는 열쇠수리공(로커룸), 서른이었던 남자가 열살 연상의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와 헤어진 지금은 본인이 마흔이 된 모습(드라이브 미)들을 보면서 저는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죽어있던 새가 시간이 지나면서 개미들과 각종 벌레들로 인해 살이 분해되고 형태가 흐물흐물해져 결국 흔적조차 사라지는 것처럼 절망또한 시간이 지나면 무뎌져서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표현하기 어려워서 이렇게나마 글을 써봤습니다.
이동욱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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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 2019-03-25 0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잘 읽고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