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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7의 고백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3월
평점 :
2018년 3월 15일 오전 11:24
으음, 여긴 어디죠? 지금 밖에는 비가 엄청 퍼붓는 데, 그나저나 당신은 누구시죠?
그런데, 얼굴이 매우 일그러져보여요. 옆에 따라다니는 개 꼬리도 왜 일그러진 거에요?
일그러진게 아니라 접힌거(일그러진 남자)라고요?
저기, 죄송한데 담배는 꺼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담배를 안 펴서요. 너무 숨막혀요.
오전 11:26
그런데 제가 뭘 잘못했나요? 전,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오전 11:31
미주를 아냐고요? 혹시 걸그룹 러블리즈의 미주인가요ㅋㅋㅋ? 아, 왜 때려요. 아니면 아닌가지, 왜 때리고 지랄이야.
오전 11:34
그러니까 제가 미주누나를 성폭행(소년 7의 고백)했다는 거에요? 아니에요. 미주누나를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해요. 미주누나는 약간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것 뿐이지, 장애라니요? 저는 안 그랬어요.
사실, 저는 망만 봤다고요.
그리고 미주누나를 다단계(순환의 법칙)에 끌어들였다고요? 저는 그냥 미주누나를 도와주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그래서 도운이 형이 소개시켜준 건데 그 형 돈을 들고 도망친 그 년, 아니 그 누나가 잘못된 것 아니에요?
오전 11:50
이름이요? 이름은 왜요?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대신 별명이 있는 데 고등학교 때 제 머리모양이 고구마처럼 생겨서 고구마라고 불렸거든요. 근데 제가 땀을 유독 많이 흘려서 물고구마라고 닉네임을 지었고 알라딘이라는 인터넷서점에서 그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근데 여기 너무 덥지 않아요? 비가오고 하니까 후덥지근하네요. 아참, 저희 집에 에어컨이 고장나서 에어컨 수리하러 기사아저씨가 오신다고 했는 데......
오전 11:55
네? 그 아저씨 못 온다고요? 헉, 그러니까 그 아저씨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랫집남자에게 살해당해서 3개월째 휴업중(여진)이라고요? 윗집의 애들이 너무 시끄럽게 굴어 참을 수 없었다고요? 너무 했네. 근데, 그럴 수 있다고 봐요. 우리 옆집 사람들도 시도 때도 없이 그 짓하나봐요. 아주 시끄러워서 잠도 못 자요.
오후 12:00
벌써, 정오네요. 저 배고파요. 뭐, 먹을 것 없어요? 아니면 마실거라도 주시면 안될까요?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 뭐든 주신다고요? 알았어요.
그러면, 부탁이 있는 데 제가 사는 동네에 24시간하는 만화카페가 있는 데 거기에는 세명의 쌍둥이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형있거든요, 그 형이 만든 생과일주스(때로는 아무것도) 마시고 싶어요.
오후 12:05
인터넷서점에서 알라딘에 뭐 사냐고요? 당연히 책이죠. 서점이니까ㅋㅋㅋ. 아, 머리 때리지 말아요. 너무 아프다고요. 뭐 가끔씩 영화dvd도 사긴 하는 데 주로 책을 많이 사요. 이번에 샀던 책중에 안보윤이라는 여성작가님이 있거든요? 엄청 유명하지는 않지만 문학동네인가, 자음과모음인가 하여튼 거기서 문학상을 받았거든요. 「오즈의 닥터」라고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은 안나는 데 매우 섬뜩했어요.
근데 이 작가님이 「소년 7의 고백」이라는 소설집을 냈더라고요. 벌써 2번째라고 하는 데 그 책을 사서 읽었어요.
오후 12:12
어떤 내용이냐면,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데 다들 불행해보여요. 여고생이 아버지에게 개처럼 맞어서 결국은 죽었는 데 윤리선생이 그 모습을 모른 척하고 지나갔는 데 어떤 이상한 사람이 나와나와나의 세계에 대해 설명(포스트잇)하거나 애를 반복적으로 입양하고 맘에 안들어 파양하는 미친 여자가 나오는 데 그 여자에게 버림받지 않으려다 마지막에 입양된 애를 시기해서 손버릇이 나쁘다고 거짓말치는 미친 여자의 딸인가, 아들인가 아무튼 첫번째 아이가 마지막 아이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이형의 세계)도 있고요.
또 연극의 인물처럼 고대로 똑같이 따라하다가 결국 사라져버린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어는 연극배우의 고백)도 있어요. 아무튼 막 행복해보이는 인물들이 없어요. 이 소설에서는요, 그래서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단편도 있더군요.
오후 12:20
근데,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죠?
아저씨 손목에 줄이 그어져 있는 데 칼로 그은 거에요?
칼로 그은 게 아니라 시계줄때문이라고요? 에이, 설마...... 아, 진짜 시계줄때문이에요? 시계줄증후군(일그러진 남자)이라고요, 아저씨도 참 불행해보여요. 어, 그런데 이거. 제가 읽은 「소년7의 고백」에서도 나왔어요. 단편 (일그러진 남자)에......
이야기가 복잡하던데, 그 일그러진 남자의 아내가 죽었고 아이를 살리려고 엠뷸런스타고 갔는 데 앞에 있던 차가 비켜주지 않아 결국 아이가 죽었죠, 아마?
그리고 지하철 대형참사를 막은 동생이 그 참사로 얻은 상처때문에 저수지에서 목숨을 끊었다고 하던데......
유서도 있었는 데 물을 더렵혀서 죄송하다고 쓰여있었어요.
오후 12:23
그런데 진짜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진짜 누구세요? 얼굴이 일그러져 있고 옆에 일그러진 아니, 꼬리가 접혀진 개가 따라다니는 이곳은 또 어딘가요?
오후 12:25
네? 아저씨는 대학강사이시고 아내가 돌아가셨고 그 아내의 유품을 땅에 파묻었다(일그러진 남자)고요? 그리고 여기는 나와나와나의 세계(포스트잇)라고요? 헉, 말도 안돼......
오후 12:30
근데, 저는 누구인가요?
미주누나를 성폭행한 수원중학교 1학년 7반 13번 박성재(소년 7의 고백)인가요? 아니면 여고생이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게 내버려둔 윤리교사 주원(포스트잇)인가요? 아니면「검고 차가운」에서 이주혁역을 맡은 결국은 사라져버린 연극배우(어느 연극배우의 고백)인가요? 그것도 아니라면......
저는 도대체 누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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