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흑발 민음의 시 239
김이듬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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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1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던 김이듬시인의 첫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 교보문고에서 구매하여 읽었는 데 아마 무언가를 먹으면서 읽어서 책에 음식물이 묻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것이 아닌 게 천만다행입니다.)
그래서 김이듬시인이 시인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었는 데 이번에 민음의 시 239번째 「표류하는 흑발」로 시집을 내셔서 훑어보게 되었습니다.
「표류하는 흑발」이라는 제목만 보고 뭐랄까 멋진 구절이 가득하지 않을 까 생각을 했었는 데 예술가적이며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유월인데 로스엔젤레스에 폭설이 내렸다‘(각얼음)
‘몽트뢰유에 있는 한식당 테라스에서 우리는 아래를 보고 있었다‘, ‘구석에는 튀니지에서 온 이민자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행복한 음악)
‘마다가스카르 섬에서는 Taratantara가 역사로 번역되더라도‘(딴따라)
같은 구절도 인상적이지만 MBC 복면가왕을 보고 쓰신 것 같은 (복면을 쓰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에 이 시집에서 손으로 쓴 시는 JTBC 한끼줍쇼가 언급되는 (여기 사람 아니죠)라는 시입니다.
사실 한끼줍쇼가 언급되어서만은 아니고 다른 시들을 보다가 택시 기사가 ‘여기 사람 아니죠?‘라고 묻는 것이 계속 머리 속에 남아서 이 시를 손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디서 왔어요?/외투를 벗으라 하며 미용사가 물었다‘
구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며 재작년 여름에 MBC에서 맨도롱또똣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할 당시에 머리를 깍기 위해 경사진 곳에 위치하던 옆동네 미용실까지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질끈 감으며 마치 인상을 쓰는 듯한 표정으로 머리 깍는 것에 임하던 제 모습을 보며 ‘어디서 왔어요?‘라고 물어보던 미용사가 생각이 났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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