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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읍지 편찬약사
조갑상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평점 :
2013년 「밤의 눈」으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하신 조갑상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 「병산읍지 편찬약사」로 통해 조갑상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보도연맹 사건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며 제 주변에 그와 관련된 분들이 없었으며 보도연맹 사건을 다뤘던 책이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구한 국민들이 이웃이나 마을 이장의 권유로 보도연맹에 가입했다가 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불순세력으로 몰려 그저 가입했다는 이유로 구금되다 학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났는 데 같은 민족끼리 사상, 관점이 다르다고 그냥 아무 것도 모르고 가입했을 뿐인 데 잡아서 허름한 창고 안에 가둬놓고 쥐도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고 가서 총살했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실감도 나지 않는 데 (해후)의 보도연맹에 가입된 장인어른을 잃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갖고 살던 박 영감이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보도연맹 사건으로 잃은 충격과 당시 일하던 공장의 사장 아버지 대신에 살아남았던 사내와 비슷한 인상과 사내에게서 났던 냄새가 사장에게서 나 결국 사장을 간첩으로 고발하게 이르는 김영호(물구나무서는 아이), 그리고 병산지역에서 보도연맹에 가입한 지역주민들을 풀어준 지서장과 면장의 이야기를 축소시킨 읍지편찬위원회(병산읍지 편찬약사)에 이르기까지 소설을 읽으면서 보도연맹 사건을 그래도 어느 정도 알게된 것 같았습니다.
정년퇴임전에 세 자녀를 모두 결혼시키고 등산을 하면서 냉수마찰을 하는 비슷한 나이대의 사내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중년의 이야기인 (봄, 그리고 여름까지), 베트남에서 시집 온 며느리가 낳은 딸을 보며 흐뭇해하는 거창댁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위로), 취업하기 위해 몇년 째 공부만 하는 아들과 더 늦기 전에 아들이 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을 피력하는 남편과 그 것을 만류하는 아내의 신경전이 돋보이는 (목구멍 너머), 경로당에서 바둑을 두다 바둑판을 엎고 그 뒤로 집안에 틀어박혀있으며 누가 있든 없든 간에 문을 잠그는 남편과 항상 제 자리에 있던 열쇠가 사라져 한바탕 곤혹을 치루는 아내의 이야기 (패가 뭔지는 몰라도)도 인상적이지만 제목만 들어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과거의 나를 마주보게 될까봐 동서가 입원해있는 옆 건물에 있는 병실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송희 할매라고 불리기 좋아하는 박분자 할머니의 이야기 (내 사랑 냉온장고)가 제일 기억에 남으며 저도 미니 냉온장고를 하나 사서 그 안에 두유, 꿀물음료나 아니면 시원한 음료를 넣고 갈증탈 때마다 하나 씩 꺼내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 : 1. 2013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하신 조갑상작가님의 「병산읍지 편찬약사」를 보며 얼핏 들어보기만 했던 보도연맹 사건을 자세하게 소설에서 접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내 사랑 냉온장고)를 읽으며 미니 냉온장고를 마련해 그 안에다 음료를 넣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마시고 싶은 충동이 들더군요.
불호 : 1. 표지의 군인들이 아기자기해서 귀여웠었는 대 제목 ‘병산읍지 편찬약사‘의 붉은 색 바탕의 잉크가 잘 묻고 번져서 제목이 다 지워져 버릴까봐
(2013년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던 김정환작가님의 「ㄱ자 수놓는 이야기」에서도 진한 붉은 색의 제목으로 인해 제목이 다 지워져버린 불상사가 생겼죠. )조금 읽는 데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리고 뒷면 책날개에 표시된 창비소설선에서 이인휘작가님의 장편소설 「건너간다」가 소설집으로 표기되어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