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잇다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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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과 그 것들을 외면하는 대기업과 정부의 이야기인 소재원작가님의 「균」을 여름에 읽었는 데 올해 여름에는 치매에 걸려 급속도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퇴직을 하게 된 아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 「기억을 잇다」를 어제 오후 침대 위에 엎드린 그 자리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된 아버지 서수철, 아들 서민수와 그 처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집과 땅을 팔고 그 돈을 서민수에게 보내주고 요양원을 가기 전에 민수와 함께 갔던 추억이 깃든 곳에 홀로 여행을 떠나고 회사에 끝까지 버텨보려다 그만두게 된 아들 서민수도 당분간 집에 가지 않고 떠돌게 되는 데 포장마차에서 우동과 함께 술을 마시던 도중 열 다섯도 안된 나이에 노숙생활을 하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같이 동행하게 되는 데요.
읽으면서 제 모습이 떠올라 울컥했습니다. 저는 서수철의 아들 서민수의 군대 간 아들과 비슷한 나이대이겠지요. 어릴 때는 아버지가 언제 오실까 잠도 안자고 기다리고 또 안 오실까봐 아버지가 일하시던 사무실에 1시간을 걸어 갔었는 데 제가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니 아버지에게 대들고 말다툼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갑갑한 집에서 벗어나 혼자 살게 되었는 데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왔는 지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고 같은 지역에 살면서 차마 찾아가서 용서를 빌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 너무 후회하고 있습니다.
더 늦어지면 못 볼지도 모르는 데 아니면 이미 늦었을 까봐 겁이 납니다. 그렇다고 찾아가기엔 그럴 만한 용기가 없어서 엄두도 안 나네요.
쓸데없이 다른 곳으로 새어버렸네요. 사실, 2008년부터 꾸준하게 한 작품씩 쓰셨고 발표한 작품들이 영화로 개봉되어 큰 흥행이 되거나 앞으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인 것으로 아는 데 저는 뭐랄까 너무 순수문학과는 거리가 먼 상업적인 글을 쓰는 작가라는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억을 잇다」를 읽으며 제 기억 속에 외면하고 싶었고, 잊고 싶었던 기억을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서민수와 함께 동행했던 아이처럼 나의 아버지이며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먼저 찾아가게 되지 않을 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야기가 새삼스럽게 제 마음 속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호 : 1. 「소원」, 「터널」, 「균」등으로 우리의 마음을 적신 소재원작가님의 신작 「기억을 잇다」 또한 마음을 강하게 때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호 : 1. 너무 신파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읽게 되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고 슬플 것이라는 것도 분명히 알지만 알고도 슬플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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