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ㅣ 노란잠수함 클래식 우리 소설
박상우 지음 / 노란잠수함 / 2017년 6월
평점 :
작년 이 맘때에 「비밀 문장」을 북풀 친구와 같이 읽었는 데 노란잠수함출판사에서 박상우작가님이 이 전에 발표하신 단편들 중에 엄선하여 출간하신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읽어봤습니다.
1991년 세계사에서 출간되었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의 표제작인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은 눈이 기록적으로 많이 내리는 날에 친구들이 모여 술을 마시다 한 명 한 명 무리에서 이탈하고 마침내 두 사람이 남았을 무렵에 이전의 카페에서 술을 몇번 같이 마셨던 그림그리는 여자의 차를 타고 여자의 작업실에서 술을 마시게 되는 내용인 데 창 밖에 눈이 내리고 있고 그 안에서 의식이 흐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몽롱해지는 것 같았어요.
2000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에 실렸던 (내 마음의 옥탑방)은 형의 도움으로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다니고 직장도 형이 잡아줘서 스포츠레저용품 수입회사에 영업직으로 근무하던 남자가 백화점에 판매내역을 확인하러 매번 갔으나 그 때마다 안네데스크에 있던 여자를 인식하지 못하다 어느 날 우연히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보여주는 단편입니다. 이 단편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셨던 데 사실, 저도 중반까지는 큰 감흥이 없었는 데 마지막 여자가 남자에게 남기는 편지를 읽는 대목에서 훅 들어왔습니다.
2004년 민음사에 출간된 「사랑보다 낯선」의 표제작 (사랑보다 낯선)은 대학강사였던 그가 같이 근무하던 38살의 여교수로 부터 시간을 내달라는 전화가 걸려와서 마침 시간이 남아 여교수와 같이 머나먼 길을 동행하는 이야기이며, 「사랑보다 낯선」에 같이 실린 중편 (매미는 이제 이곳에 살지 않는다)는 역시 대학강사였으나 스스로 그 자리를 떠나며 자신을 떠난 짐바브웨에 있을 이복 형과 자신이 무척 사랑했던 이복의 형의 애인이었을 연상의 여인과 그리고 이름은 몰라 별명으로만 기억하던 가오리, 같이 하룻밤을 보내던 뮤의 여인, 파티에서 잠시 만났던 지은이, 그리고 유난히 여름에 미친듯이 울어댔던 매미들까지...... 사실 읽어보니 작년에 출간된 「비밀 문장」에서 느꼈었던 분위기가 이 단편에서도 조금 느껴지더군요.
마지막으로 나의 문학적 연대기로 (ACROSS THE UNIVERSE)가 있는 데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로서 노란잠수함에서 나온 새로 개정판으로 나온 3작품을 다 읽었군요.
표지들이 인상적이었는 데 박상우작가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의 표지가 자꾸 보니 언젠가 비슷한 느낌의 표지를 본 것 같은 기분들어 검색해보니 바로 작년 「비밀 문장」의 표지와 같은 작가님의 작품이었어요. 이인작가님의 「Who am I?」라는 작품(「비밀 문장」때는 「무제」라는 작품이었습니다.)인 데 뭔가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박상우작가님, 이인작가님 고맙습니다.
호 : 1. 박상우작가님이 그동안 발표하신 단편들 중 엄선해서 묶으신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 나왔는 데 다 인상깊었지만 (내 마음의 옥탑방)과 (매미는 이제 이곳에 살지 않는다)를 읽어보시면 묵직한 무언가가 훅하고 들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호 : 1. 작년에 나온「비밀 문장」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앞의 3작품은 「비밀 문장」을 읽었을 때 느낀 분위기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해서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은 데 아마 이 작품들이 발표된지가 십 여년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