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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의 서 -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4월
평점 :
이동효작가님의 「노래는 누가 듣는가」, 조남주작가님의 「고마네치를 위하여」에 이어 올해에도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이 나왔는 데 박영작가님의 「위안의 서」입니다.
사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쪽수가 180여쪽정도 되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겠거니 싶었어요. 표지를 봤을 때도 그저 아픈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이렇게 서로를 껴안으며 위안을 가진다는 그런 이야기일 것만 같았는 데 읽어보니 4분의 1정도만 맞았더군요.
오랜시간동안 땅 속에서 시간을 먹고 부식되고 일부 사라져버린 유물들을 조금이나마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남자 정안과 늘 항상 죽음이 사방에 있으며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시 살아가라고 지금 이렇게 스스로 삶을 버리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기계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몸과 마음에 서서히 죽음이 쌓여가는 여자 상아가 미라전시회에서 서로를 만나면서 관계가 이어져 있는 데 아무래도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직업으로 삼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여서 그런지 비록 174쪽 밖에 되지 않음에도 쉽게 읽어지진 않았어요. 오래 전에 죽어 미라가 된 존재나 빛을 잃어버리고 시간에 의해부패되고 풍화, 부식되어버린 것들을 그 때 그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남자와 죽음을 매번 목격하면서 죽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죽지 않게 붙잡으려고 하는 여자가 만나 끌어안고 위안을 주고 받는 이야기라 저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찍 세상을 떠나는 엄마처럼 서서히 그러나 남들보다 빠르게 죽어가는 정안이 상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데 어차피 엄마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로 인해 곧 죽을 수 밖에 없었겠지만서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봤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상아가 자신이 곧 죽는 다는 것을 알면 ‘죽음‘을 자주보게되는 그녀에게 또 한번 ‘죽음‘을 보게 하는 것 같아 말하지 않는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가슴 아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안이 떠나버리면 그 자리에 상아가 ‘홀로‘ 남겨질 것을 생각하면 또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호 : 1. 전혀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있는 서로가 만나 꼭 껴안아주고 위안을 받는 모습이 아름답고 인상적입니다. (비록 얼마 만나지는 않았지만)
불호 : 1. 이 사랑에는 곧 죽음을 앞둔 남자와 죽음을 자주 맞닥뜨리는 여자등 죽음이 너무 가까이 도사리고 있어 자칫 슬프거나 우울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해피엔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이 너무나도 가까이 있다는 것은 너무 힘들고 괴로울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겪게 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