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린 곳
박혜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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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상작가님의 2번째 소설집「그가 내린 곳」을 읽으면서 제가 태어난 동네에서, 가족의 품에서 떠나 가깝지만 먼 곳에 누구에게 속하지 않으며 떠돌고 있는 보기 싫었던 제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저도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고향이나 삶의 터전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 올 수 있을 까? 아니, 정확히는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첫번째로 실린 (Y의 바깥)의 소설가나 소설가의 집에 홀로 남아 살아가고 있는 시인, (사랑의 생활)의 화려한 연애이력을 자랑하며 불현듯 떠났다 다시 돌아 오기를 반복하는 케이와 케이가 떠난 집을 돌보고 있는 여자,
(그 사람의 죽음과 무관한 알리바이)의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정리해고 당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낮달과 낙타)의 자꾸 어디론가 ‘산책‘하는 비쩍 마른 남편과 몸집이 계속 커지는 딸을 가진 이수현김밥집에서 김밥을 말고 있는 아내 수현처럼 저도 돌아 갈 수 있을 지, 돌아 가게 된다면 여전히 그 곳 그 자리에 돌아 오기를 기다리든 기다리지 않았든 그 사람이 있을 지......
사실 제가 떠나오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양치기 숲)의 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간 인물들처럼 갑갑한 삶을 벗어나고 싶었고
(봄눈)의 아들처럼 그렇게 떠나온 것 같아요.
한편은 표제작 (그가 내린 곳)의 윤처럼 혹시나 여전히 그 곳, 그 자리에 있을 까 행여 마주치지 않을 까 싶어 조마조마하며 예고없이 찾아가보기도 했었는 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아니 다시 그 곳, 그 자리에 다시 갈 수 있을 지......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기에 감당할 수 있을 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제 나름대로 먹고 살아야 하니까 미처 신경쓰지 못한 것도 있는 데 아무튼 어떻게든 그게 어떤 방식이든 다시 만나기 위해서 제 자신이 정차 없이 떠돌고 있나봅니다.
그리고 박혜상작가님, 사실 잘 읽혀지긴 했지만 읽은 느낌을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전적으로 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부끄러워 하실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하고 싶었고, 우리는 어떻게든 연루되어 있다는 작가님의 변명같은 말씀이 너무 외닿습니다.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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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3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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