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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이수경 지음 / 강 / 2017년 2월
평점 :
약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이수경작가님의 첫 소설집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를 읽어 본 지금 제 마음에 작은 동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가족구성원에게 상처를 받아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인물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여자와 사랑하는 사람을 사지로 몰아버린 남자가 만나는 이수경작가님의 등단작 (가위바위보), 먹고 살기 위해 지금같으면 상상하기도 힘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유부남을 사랑하여 생긴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여자(바람 이야기), 주변 사람은 물론 어머니나 심지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로 부터 상처를 받은 여자(당신의 기억색), 자신을 구속시키던 아버지와 쏙 빼닮은 남자의 청혼을 편지로 거절하는 여자(넉넉함을 위하여), 점차 자신들을 찾는 존재들이 줄어들어 한평생 생계를 유지하던 자신들의 일을 그만두게 되어버린 사람들(빈 의자),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그리고 너무나도 가난하고 또 이혼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견뎌낸 여자와 또 그 사실을 감추고 싶어하는 여자(작고 마른 인생)들이 가족이라는 관계를 맺으면서 부모나 남편같은 가족구성원들에게 상처를 받았던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또한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가족이라는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 사람이어서 과거의 기억들을 지금까지 가지고 다닙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의 여자처럼 제게 간섭하고 모질게 대했던 그 분에게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쳤었고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의 여자처럼 벗어나게 되었는 데 홀가분하지는 않고 계속 제 마음 속에 축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저도 움직이지 않는 히얀 기차에 타서 제 꿈도 이뤄지길 바라고 또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남들에게는 쓰레기처럼 보일지라도 그게 소중하고 또 소중한 사람도 있다는 법을 또 껍데기 꿈이라도 있어야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사람도 있다(하얀 기차)라는 하얀 기차 카페의 여주인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