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프린스 바통 1
안보윤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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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에서 출간 된 테마소설집 「호텔 프린스」를 읽으면서 2008년 무더운 여름 동안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있던 S 호텔에서 현장실습했던 기억을 상기시켜봤어요.
지금 생각하면 더 잘할 걸,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이럴 때 아니면 호텔 안에도 가보지도 못했을 것(명색에 호텔경영과에 재학 중이었는 데 참 아이러니해요.)이라 생각하면 큰 후회는 없었던 것 같아요.(그런데 조금 안 좋게 현장실습이 끝이 나서 그런지 나 때문에 후배들이 현장실습하러 못 가게 될 것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호텔 프린스」에 실린 8편의 단편들 모두 호텔이 등장하며 호텔 프린스에서 머물 던 인물들도 있지만 해외로 여행을 하며 호텔에 머물거나 작업이나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장기투숙을 하고, 심지어 호텔숙박권에 당첨되어 머물게 된 사람도 있더군요.
8편의 단편을 쓴 8명의 작가님들 중에 이전에 다른 작품으로 만난 작가님도 있지만 처음 본 작가님과 이름으로만 들어본 작가님도 있었는 데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은 것 같습니다.
실린 순서대로 황현진작가님의 (우산도 빌려주나요)에서는 갑자기 찾아 온 어머니와 휴가나온 군인 남자친구때문에 도둑으로 몰리게 된 딸이 자신의 집에 있을 남자친구를 피해 어머니와 함께 호텔에 머물고 김경희작가님의 (코 없는 남자 이야기)에서는 후각에 예민한 아내때문에 괴로워하다 후각이 사라져버린 남편이 아내의 사진동호회 후배와의 비밀을 후배가 머무르는 호텔객실에서 만들어가고
서진작가님의 (해피 아워)에서는 아내가 말도 없이 사라져버려 아내의 흔적을 찾다 훌라댄스를 배웠고 하와이로 떠난 것 같아 하와이로 아내를 찾으러가는 남편이 해변가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남자와 함께 호텔 바에서 낯술을 마시고 이은선작가님의 (유리 주위)에서는 매일 도드레를 이용하여 청소부가 유리로 둘러쌓인 호텔외부를 청소하고 그 호텔에 투숙하게 된 단체 한국관광객들이 등장하는 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정지향작가님의 (아일랜드 페스티벌)에서는 도심 속에 있던 섬에서 캠핑하며 공연을 보며 즐기던 중 소나기인 줄 알았던 비가 거세게 내리자 섬을 빠져나오게 되는 헤어졌던 연인이 빈방이 호텔에 어린커플들과 함께 머물게 되고 김혜나작가님의 (민달팽이)에서는 나선형의 그림을 그리던 달팽이같이 말투나 행동이 느리던 화가와 만나는 여자의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저는 이 전에 이 작품을 한 번 읽어본 것 같은 강한 기시감을 느꼈었는 데 알고보니 제 4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님의 전작 「나의 골든스타 전화기」에서 25살의 혜정이 쓰던 소설이었어요.
안보윤작가님의 (순환의 법칙)은 삶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쳐 온 찜질방에서 나가야 할 타이밍에 우연히 호텔숙박권에 딩첨된 여자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방이 아래로 이동하는 등 수상하기 짝이 없는 호텔에 1주일동안 머물게 되는 데 그 방에 있던 라디오에서 나오던 이야기가 여자를 앞으로 어디로든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고 마지막에 실린 전석순작가님의 (때 아닌꽃)에서는 오늘 내일하는 아픈 어머니를 병간호하기 위해 병원과 너무 멀지 않은 호텔에 장기투숙하는 침대를 따로 쓰는 부부가 나옵니다.
저는 배낭여행은 커녕 단체여행을 떠나본적이 고등학교 이후 한번도 없어서 만약 앞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아니 정말 어쩌다가 호텔에서 숙박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테마소설집「호텔 프린스」를 떠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고 향후 1년간 5500원에 판매된다고 하는 데 문학동네출판사에서 근무하던 분들이 많이 은행나무로 이직을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좋은 소설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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