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기 그루브
서준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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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서준환작가님의 이른바, 음반으로 따지면 미니앨범격인 4번째 소설집인 「다음 세기 그루브」를 3일에 걸쳐 읽은 후에 리뷰를 쓰려고 하니 뭐라고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치 Vocal, Background Vocal(Chorus)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그야말로 Instrumental(경음악, MR) Version의 7곡을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리듬이 느껴지긴 하는 데 어떤 노래인지는 잘 모르는 기분을 「다음 세기 그루브」에 수록된 7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똑같이 느꼈습니다.
사실, 서준환작가님의 작품은 2013년에 출간된 정규앨범격인 2번째 장편소설 「로베스피에르의 죽음」에서 처음 접했는 데 출간 당시에 읽어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꽤 흥미롭게 읽었다고 생각했는 데 소설집은 「다음 세기 그루브」가 처음이었습니다.
메인타이틀인 (다음 세기 그루브)에서는 비자나무 숲에서 미확인비행물체 U.F.O.를 보고 그 비행물체에서 나온 에메랄드 빛 몸을 가진 외계생물체인 그루브샤먼이 「나는 나다」 연작시를 쓰려고 했던 시인에게 그루비! 그루비! 그루비!라고 외치고 목성의 전자기파 사운드같이 쉽게 듣기 어려운 음악이나 DJ 나가르주나의 「시바 댄스」같은 앰비언트 뮤직이라는 제겐 생소한 음악이 나오는 가 하면 (리핑Ripping : 예전에 음반들을 많이 구입했었는 데 Window Media Player에서 Ripping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에서는 사람의 뇌속을 Ripping 하고 이제는 아주 오랜 옛날 노래가 되어 버린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 흘러나오고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에서는 흑인의 이미지를 풍기는 정신과 의사에게 ‘마빈‘이라고 부르고 판다같이 생긴 아내에겐 ‘판다‘, 그리고 어머니에게는 ‘강가딘‘이라고 부르는 남자가 ‘마빈‘과 상담을 하면서 흑인 음악이 아닌 시부야 케이같은 일봌 전자 음악을 듣고 (창백한 백색 그늘)에서는 아버지 손인목의 사망 사건의 깊은 연관이 있는 논술학원 강사 3살의 연상의 형이 있었던 J가 아버지가 자전거를 도둑맞지 않기 위해 옥상에서 있었는 데 그 때 들었던 「A Whiter Shade of Pale」 이라는 1960년대 말에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던 팝송이 J의 가족을 우울하게 하고 (모조 노벨레 이어 하기)에서도 난민이며 편의점아르바이트를 하는 40대 남성 M이 의류회사에서 만난 직장 후배이자 나이로는 연상인 미스 프랑신을 편의점에서 다시 보게 되는 데 알고 봤더니 그녀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위치의 사람이었고 방배동에 위치한 토킹바 ‘옛날 게 좋아 Oldies but Goodies‘에서 비밀스럽게 만나던 중 하프톤스의 「Life is but a dream」이 흘러나와 미스 프랑신(M이 생각하는)이 춤을 추는 등 많은 음악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곡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는 인터넷 검색을 해야 겠지요.
그리고 (튜브맨)의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채로 정차없이 지하철역 저 깊은 곳으로 떠돌아다니는 남자와 (전자인간 장본인)의 컴퓨터 바이러스에서 만들어진 ‘나는 말하며, 고로 존재한다‘는 안드로이드까지...
「다음 세기 그루브」읽으면서 정말 가사가 아예 없어 정확히 말해서 Vocal 자체가 없어 따라부를 수가 없는 음악들에 점점 취해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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