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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김연경 지음 / 강 / 2016년 10월
평점 :
김연경작가님의 소설집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몇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봤다가 읽어보지도 않고 반납했던 기억이 나는 데, 김연경작가님은 고양이를 좋아하시나봅니다. 고양이를 닮으셨고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첫소설집인「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과 장편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을 펴내셨고 이번에 읽은 「내아내의 모든 것」이후 무려 11년 만의 소설집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의 표지에도 고양이가 쥐와 보름달이 뜨는 밤에 체스를 두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읽기 전에 다른 분들이 썼던 김연경작가님의 작품 리뷰를 보니 매우 철학적이고 난해했다는 평을 들어서 이 작품도 그렇지 않을 까 했었는 데, 철학적이긴 해도 난해하지는 않아서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 소설집엔 총 8편이 실렸는 데 1부에 실린 4편은 김연경작가님이 아이를 낳은 2011년 이후에 썼거나 발표했고 2부는 그 이전에 발표했던 작품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데, 부산에서 자라셔서 그런지 영도다리와 영락공원(섬), 부전역과 부전시장(`훈이네복덕방` 아줌마는 손이 컸다)이 소설 속에 나오니 더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표제작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의 교수임용의 압박 속에 죽고 싶어도 쉽게 죽지 못하는 세상에 정말로 죽어버린 시간강사 최승휴나, 주5일 근무지만 상사의 경조사나 외국바이어의 방문에 일주일 내내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영업사원(우연론과 인과론)처럼 현실이나 소설이나 암울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주로 많습니다만, 어디에도 속하지도 못하고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이른바 깍뚜기라는 별명을 끝내 벗어나지 못한 막내 이정애(깍뚜기)나 집에서 기르던 돼지 꿀꿀이를 잡아먹었다는 충격으로 구토를 달고 사는 민영(구토 혹은 청춘의 기록)과 시체를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트림을 하고 입에 토사물이 흘러나오는 시체의 얼굴을 본 이후 자신의 배를 꾹꾹 눌러 트림을 하는 악몽을 꾸는 동훈(아지랑이)이 각각 병원에 입원하고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모습들도 있어서 읽는 내내 씁쓸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해주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소설이라 허구의 이야기겠지만 정말로 부전시장에 `성득상회`나 `뭉치슈퍼`, `익돌이피아노`에서 `예쁘제머리방`으로 바뀐 그 장소(`훈이네복덕방` 아줌마는 손이 컸다)가 실제로 있는 지 가보고 싶어요.
만약에 정말로 있으면 `성득상회`나 `뭉치슈퍼`에 있을 `훈이네복덕방` 아줌마가 남기고 간 검은색 소파에 아주 오래 앉아 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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