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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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 소설집 제목도 좋았고 표지도 보기 좋아서 기대를 했었는 데 소설집의 차례를 보니 샹들리에라는 제목은 없었고 처음 (고드름), 연작소설인 (그녀)와 (미진이)를 읽었을 때 왜 제목이 샹들리에일까 생각을 해봤는 데 (만두)와 마지막 중편 (이어폰)을 다 읽고 나니 소설집 제목이 샹들리에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고드름)은 3명의 아이들이 PC방에서 뉴스기사를 보고 살인모의를 재미삼아 하게 되는 데 고드름으로 찔러 죽이면 고드름이 녹아 증거도 없어져 괜찮다고 했다가 금방 녹아 사용하기 어렵고 한 여름에 고드름을 구하기 어렵다는 등 열띤 토론을 하던 것 때문에 조금은 황당한 사고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인데 조금은 가벼워보이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끝부분에 가정폭력같은 사회문제가 자연스럽게 나와서 경각심을 가지며 읽을 수 있었어요. (그녀)와 (미진이)는 연작소설형태인 데 (그녀)에서는 미진이가 이유도 없는 싸가지가 없는 아이인 줄 알았으나 (미진이)에서는 미진도 미진의 부모도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으며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여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솔직히 (그녀)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셔 시골로 내려온 상수가 미진이할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러 미진이집에 갔다가 미진과 한바탕 싸우게 되는 데 (미진이)에서도 미진이의 시선으로 언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는 사람)은 아는 사람에 불과했던 대상이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등 이야기들이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파란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누나의 이름을 물려받고 누나처럼 키워진 파란 입술의 아이가 나오는 데 이미 저는 창비청소년문학 50번째 기념 소설집 [파란 아이]에서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이어폰)은 이어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생겨 사랑하는 엄마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소년이 이어폰을 쓰지 않게 되는 이야기인 데 사랑하는 엄마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데 아빠와 할머니는 너무 빨리 엄마를 지운 것 같다는 소년의 독백이나 고모가 아빠보다 소년을 더 걱정해주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어폰을 쓰지 않았더라면 아빠의 말처럼 이어폰을 한 쪽만 끼고 있더라면 엄마는....
저는 사실 그런 존재조차 너무나도 짧게 제게 있었다 사라졌는 데 아니, 있었는 지 조차 모를 정도로 자각이 없었는 데 고모의 한 마디가 묵직한 울림을 주고 순간 울컥할 뻔했어요. 정말 샹들리에라는 것이 어두운 방에 밝게 비춰주는 것처럼 이 어두운 세상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환하게 비춰주는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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