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천천히
박솔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솔뫼작가님의 소설제목들을 보면 왜 저는 크게 상관없는 리듬감을 느끼며 제목들을 소리내어 흥얼거리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된 경장편소설 [을]에서 부터 개가 으르렁 짓는 듯한 소리로 을! 을! 을!이라고 한동안 부르짓은 것이 생각납니다. 전혀 관련이 없었는 데 말이에요. 사실 소설자체는 읽으면서 조금 이해가 안 되었는데 해설을 보고 어느정도 해소되었던 것 같습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백행을 쓰고 싶다]를 읽었을 때는 저도 백행을 쓰고 싶다 백행을 쓰고 싶다라고 마음속으로 소리내었지만 백행을 쓰진 못한 거나 안한 것 같아요. 2014년 초에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된 첫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에서 부터 리듬을 타며 제목을 수차례 부르게 되었어요.
그럼- 무얼- 부르-지? ↑ 그럼- 무얼- 부르-지? ↑이렇게요.
이 소설집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렸는 데 제가 알기론 실린 단편도 있지만 실리지 않는 단편도 6~7편정도 된다고 들어서 정말 무한한 이야기를 쓰시는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음사경장편시리즈 5번째인 [도시의 시간]은 읽으며 실제로 `포크` 음악이 등장하면서 리듬감 물씬 느껴지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머리부터 천천히] 역시 리듬을 붙이며 제목을 부르게 됩니다. 머리부터- 천-천-히- . 머리부터- 천-천-히- .
이 소설을 읽을 때에는 마음속으로 한글자 한글자 소리내어 읽었어요. 한유주,정영문,김태용작가님처럼 아예 글자나 문장자체로 읽는 저를 희롱하시는 분은 아닌데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눈으로 읽으면 읽고 나서의 기억이 전혀 없어서 조금 오래걸리더라도 마음속으로 한글자 소리내어 읽었더니 목이 타네요. 이럴때 도미가 타주는 아이스커피를 마시면 갈증이 싹 가라앉을 것 같아요. 물고기이름이지만 물고기가 아닌 도미. 키가 크고 흰 얼굴의 도미. 주유소에 아침에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면 출근하고 해가 져 붉은 빛 하늘이 되어서 미닫이문이 있는 집으로 퇴근하는 도미. 그리고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도미의 집 근처에 있는 미닫이문이 있고 미닫이문을 열면 해바라기와 유채꽃이 피어있는 맥주를 마시며 야경을 보는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퇴근하는 남자(중환자실에서 의식잃은 병준이 꿈속에서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말을 유난히 많이 하던 눈 코 입이 없는 전구와 말을 하던 물고기. 그 물고기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한번씩 오는 의뭉스런 트럭운전수. 아침이면 어두운 곳으로 숨는 데 도가 튼 몸을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이름모를 여자애가 나오는 오키나와인지 부산인지 한때는 궁금했으나 이제는 이도저도 모르고 확신할 수 없는 국제라는 곳인지 모르는 곳에 있는 철조망이 끝없이 펼쳐진 주유소와 의식잃은 병준이 갔다던 부산 광복동 골목골목을 걸어다니고 인적이 없는 주점에 걸린 이덕자라는 유난히도 조용했던 화가의 그림과 그 그림을 맡기며 술을 마시던 할아버지도 그리고 제일 처음에 나온 속리산에서 빨래를 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설로 쓸 것을 이야기하는 눈감았다 눈뜨다를 반복하는 아버지와 소설의 `ㅅ`자 조차 힘겹게 쓰고 있는 소설가의 이야기를 소리내어 읽고 다 읽은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박솔뫼작가님의 신작이 나오면 소리내어서라도 읽고 싶습니다. 아마, 다음은 소설집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