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님의 신작인 [흰]을 읽어보았습니다. 흰이라는 제목과 겉맞은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시같기도 하고 노래가사같기도 한 문장들을 마음속에 소리내어 읽어보니 정말 먹먹해집니다.
자신이 태어나기 4년전에 언니가 될 뻔한 아이가 태어나고 2시간후에 세상을 떠나고 그 이듬해 오빠가 될 뻔한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죽어있지 않았더라면 3년 뒤에 자신이 태어나고 또 4년 뒤에 남동생이 태어나지도 않았을텐데 23살의 어린나이에 남편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유일한 연락수단인 전화도 저 멀리 있는 외진 곳에 혼자 아이를 낳고 탯줄을 자르고 젖을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하고 싸늘하게 식어버린 아이에게 죽지 말라고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먹먹하기도 합니다. 정말로 투명한 유리처럼 깨끗하고 때묻지 않은 순수 그 자체였을 아이. 세상에 태어나 넓고 넓은 세상을 보지도 못하고 다시 세상을 떠나버린... 만약 제 앞에 태어났던 형이나 누나였을 맑고 깨끗한 아이가 태어났더라면 태어나 별탈없이 자랐더라면 우리 가족은 파편화되지 않고 저는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데 세상을 떠나버린 아이를 대신하여 세상에 태어나버린 나라는 존재가 살아 숨쉬는 것이 기쁜 일입니까? 아니면 다시는 때가 타지 않은 처음 그 모습 그대로 돌아갈 수 없는 슬픈 일입니까? 전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