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목에 사랑
최미래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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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 명절 때 받은 세뱃돈으로 동네 슈퍼에 가서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잔뜩 샀다가 아빠에게 혼이 났던 일이 있는 데 그 이후로 세뱃돈은 아빠의 호주머니로 들어갔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드니 받은 세뱃돈에서 1~2만원 정도 주긴 했지만 돈 쓰는 법과 돈 모으는 법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나에겐 턱없이 부족했고 빨리 성인이 되길 원했으나 성인이 되자마자 친척들로부터 세뱃돈을 받지 못했고 그 모습이 너무 무안했던 나머지 그때 처음으로 내게 세뱃돈을 쥐어주신 부모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던) 내 몫의 세뱃돈을 내 맘대로 쓰지 못했다.

그리고 어쩌다 가게 된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학습에서도 돈을 쥐어주며 다 쓰지 말고 남겨서 다시 달라고 해서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유혹 뿌리치며 1~2만원 정도 빼고 남겨서 주니 기념품 같은 거 안 사왔냐며 매번 타박했던 것이 생각났고 생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도 내가 열심히 피땀흘려 일했던 월급을 내 맘대로 쓸 수가 없었고 결국 작고 작은 망함들이 모이고 모여 큰 망함이 되자 자의론 독립이지만 결론은 도망치듯이 떠나 살아가고 있는 지도 벌써 십 여년이 지났는 데 왜 아직 나는 아무 것도 뚜렷하게 이룬 것도 없이 개꿀이라고 생각할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의 ‘나‘와 달리 손님이 아무도 없는 새벽에 불안해하며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소비기한이 임박하거나 심지어 하루 이틀 지난 제품들을 구매하며 나를 고용(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처럼 다 알고 계시겠지만)한 자영업자와 나 자신까지 속이면서 살아가고 있는 지 나 자신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최‘미래‘라는 이름을 지닌 작가의 세번째 소설집인 [돼지 목에 ‘사랑‘](제목의 폰트가 익숙해서 앞서 읽었던 조경란작가님의 [반대편 사람 주의]의 표지디자인을 하신 김유진님이 하신걸까, 했는 데 같은 사람이었다.) 이라는 제목에 손이 가 읽기 시작한 것은.

첫번째로 실린 (얕은 바다라면) 속 쓸모가 다한 생선의 서덜들을 챙겨와 바다 맛 가득한 라면을 끓여주며 자신 만의 가게를 차리겠다는 미래를 꿈꾸던 선정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라는 관용어에서 착안된 (돼지 목에 사랑)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을 거부하지 않았던 미진이, 어느 누구도 그렇지 않아야 할 존재는 없으나 누군가의 따뜻하고 다정어린 손길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의 천진난만할 서라, 내게 꼭 필요한 물건들을 값을 지불하는 뜻으로도 우울하고 힘든 일이 내가 파놓은 깊은 우물 안에 내게 닥쳐와도 다가올 미래를 위해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도 읽히는 (살 것)의 고양이의 이름이 [녹색갈증]에서도 등장한 최장영실이고, 보호소의 탈을 쓴 신종 펫 숍에서 거금을 들이며 데려온 고양이의 이름이 안나왔지만 아마도 장영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동생 금매와 살아갈 언니 두리 앞에 놓여질 먹음직스럽지만 그 안에서 살 수 없는 (과자 집을 지나쳐)와 그런 언니보다 일찍 세상을 깨우치고 자신 만의 사업 수단을 확보하며 어디에 내놓아도 분명히 잘 살아갈 (대망의 정금매)를 읽었을 때엔 앞서 두서없이 내 안에서 빠져나와버린 나의 취약한 모습들이 생각나서 내 몸에 넘쳐흐르는 과자집을 만들어 줄 과자 속 당분으로 인해 갈증이 나서 빠르게 수분을 섭취했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들을 빠르게 계산하면서도 너무 절박해보이지 않게 표현할 줄 아는 이채의 재능이 돋보인 (쉽게 잘살고 싶다 33화)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내 곁에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캘리포니아산 귤 세 개로 저글링하고 있을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의 광대 분장을 한 원숭이와 뜨개질을 하며 무언가에 미친듯이 사랑에 빠진 케이를 사랑했던 박미달이 살고 있는 소설 속 세상에 들어갔다 온 나에게도 (귀엽게 생각해) 속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는 노인네가 괘씸하면서도 알뜰살뜰 극진하게 모시는 브리드메이트 로즈 님과 힘들고 지치는 직장 생활에서도 직접 준비한 도시락을 무릎 위에 펼쳐놓으며 즐거움을 찾는 채리씨를 보며 동경을 넘어 귀여움이 느껴지며 인생은 이따금 귀여운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미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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