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의 우리는
정선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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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임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그 밤의 우리는」을 읽었습니다.

(이후, 우리)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후 우리 사이에 있어야 할 쉼표가 없었던 것이 눈에 띄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코로나가 아닌 이름모를 감염병에 확진된 승희가 일주일간 남산타워가 보이는 호텔이지만 생활치료센터로 쓰이는 곳에서 일주일간 격리를 하게 되고 그곳에서 같은 확진자인 유정과 감염되었어도 라마단기간에 기도하는 것을 빼먹지 않는 하산을 만나게 되는......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오래된 빌라 4층에 이사온 민재와 결혼한 송의 보금자리이자 모두의 보금자리이기도 한 옥상에 정아가 불현듯 찾아와 식물들을 심으며 휑한 옥상에서 초록이 싱그러운 정원으로 탈바꿈되는......

(아직은 고양이)
일곱번째 남자친구인 은재가 사라진 상황에 수진은 뜬금없이 자신의 남자친구가 고양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목련책방의 주인이자 수진의 친구인 나는 고양이가 자주 책방 앞 목련나무에 출몰하는 것을 SNS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도 수진의 말이 믿어지지 않고......

(인디언 돌)
엄마의 권유로 글쓰기 학원에 다니게 되고 가산점때문에 백일장대회에 나가게 된 나는 동급생인 아희를 만나 글을 잘쓰는 비법을 알려주며 친해지게 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멀어지게 되는......

(해저로월)
스페인에서 여행 중이던 수정이 아빠의 부탁으로 오래전 집을 떠나 곳곳에 떠돌다 객사한 고모 미경의 유해를 받기 위해 포르투갈에 위치한 오래된 게스트 하우스에 찾아가게 미경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는 클라라를 만나게 되고......

(속삭이는 깃발들)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기고 간 만둣가게에 남은 만두를 먹던 형지가 광장에서 ‘고양이 유령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에 참여한 삐삐와 함께한 예나를 만나게 되고 생전 엄마와 함께 성지순례로 갔던 페루에서 만난 마이라에게 보냈던 편지를 떠올리며 추억하고......

(바다 가는 날)
기억을 잃어가는 연분과 그의 딸이자 무릎이 아픈 엄마 명애와 그의 딸이자 운전과 결혼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 단이 요양원에 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풍경들을 보며 그들만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십일월이 지나면)
보호자와 함께 요양원에서 열흘간 지내게 된 대식의 보호자 소영과 해숙의 보호자 민재가 만나 공통점을 지닌 서로에 대해 알게 되며 한줄기의 희망을 지니게 되는......

「그 밤의 우리는」에 실린 8편의 단편들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 데 첫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미처 읽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정선임작가님의 작품을 접하게 된지라 단편들을 실린 순서대로 읽었을 때는 마음에 와닿았고 생각할 것이 많았지만 읽고 난 이후의 느낌들을 여기에 표현하려고 하니 기억을 잃어버린 (바다 가는 날)의 연분처럼, 그동안 자신만의 멋진 삶을 개척해나갈 줄 알았던 (해저로월)의 고모 미경처럼, 도서관 이층 한번 들어가 문을 닫으면 나올 수 없는 비상문으로 들어가버린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의 정아처럼, 사라져버린 은재를 찾다가 역시 은재처럼 사라져버리게 된 (아직은 고양이)의 수진처럼, 통신요금과 유기농 생리대를 구입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백일장에 나가면서도 생태교란종 붉은귀거북을 차마 버리지(죽이지) 못하고 키웠으나 나와 세계가 달라진 (인디언 돌)의 아희처럼 무언가 제게서 사라져버렸고 그 사라진 무언가가 제게 다시 돌아오지 않고 앞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어버린 것 같아 머뭇거리게 되었지만 두 소설집이 출간되었던 십일월이 지나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사랑이란 말도 믿음과 희망이라는 말도 아직은 쓸 수 있기에 괜찮아질 것이라고 마음 먹어봅니다.
정선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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