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이후 10년만에 두번째 소설집을 출간하신 김엄지작가님의 신작제목은 「위리」라고 합니다.이 소설집에는 (여름), (여름 2), (여름 3) 이라는 연작같은 단편들이 나란히 차례대로 실려있는 데 여름 휴가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인물이 A 명의인 집에서 한 살 터울 형제들과 함께 생활하다가 형제들이 먼저 떠나고 형제 중 타로 점를 볼 줄 알며 한 살 어린 동생이 준 몽돌을 손에 쥐고 집을 나서며(여름), y가 목에 걸고 있던 실목걸이를 선물로 받았으나 수영장에서 접영을 하다가 잃어버린 것 같고 귀가 아파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고 귀안에 있던 귀지를 제거하고 바로 옆에 있는 양유진약사가 운영하는 양약국에서 처방약과 쌍화탕음료를 받았지만 처방받은 약은 먹지 않았으며(여름 2), 이미 떠나버린 연인 L의 짐을 가지런히 한데 모으며 그런 L과 오랜만에 만났지만 곧 헤어지게 되는 그런 이야기(여름 3) 속 무덥고 습하고 비가 퍼붓는 여름이 읽으면서 자연스레 연상이 되었고 만두를 빚지는 못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만둣국을 드시고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부부를 만나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가사)의 도우미, 잡채를 좋아하고 잡채 속에 헤엄치고 싶어하는 인물이 나오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짧지만 강렬한 도입부가 인상깊은 (변신), 떠들어대기를 좋아하는 b와 욕설을 남발하는 c, 그리고 자신이 여기 왜 왔는 지 모르는 거래처 직원 A와 화장실에서 모르는 여자의 어깨를 만졌다고 생각했다가 붙잡았고 바로 사과하려고 했으나 여자는 황급히 벗어난 후 그 기억이 계속 머리 속에 남은 (예지 5)의 인물, 소설집에서 가장 긴 분량이며 다리 난간에 올라간 정선을 붙잡았지만 오히려 정선에게 목이 졸리고 정선이 남긴 가방과 여든 네마리의 원숭이들이 새겨져있는 손거울을 간직하고 있는 A와 이혼한 B와 B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 술을 더 사러 나가다 비오는 거리에서 다리 난간 위에 올라가게 된 정선이 22세기 호흡이라는 이상한 모임에서 만나서 비오는 거리를 걷고 또 걸어가며 마침내 헤어지게 되지만 그때의 서로를 끝내 알아보지 못하는 (비 오는 거리)라는 단편도 있습니다.「위리」가 출간되기 전 원래 소설집 제목이 (입생로랑 낭떠러지)인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여자친구의 생일선물로 입생로랑 카드지갑을 구매한 인물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데이트 후 허기진 배를 달래려 맥도날드로 가는 모습과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자신이 준 생일선물을 잘 가지고 갔는 지 연락하려다가 공사 중이던 곳의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된다는 E가 걸려온 전화를 받는 단편 (입생로랑 낭떠러지) 이 제목으로 출간되었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여름 휴가에 위리도(위리도라는 지명이 나오기 전까지 저는 이 섬이 할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로 갈 계획인 Y와 위리도에 함께 가기로 한 여자친구가 카페에서 커피와 술을 마시다 천둥 번개가 동반된 폭우로 인해 유리창이 깨지고 정전이 된 카페가 압도적인 소설집 제목이자 마지막 단편 (위리) 또한 실려있습니다.「할도」이후 거의 1년만에 신간을 출간하신 김엄지작가님의 다양한 작품들을 계속 만나보고 싶습니다.김엄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