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면 인생이라는 곳을 평생 떠돌며 살아가기에 ‘풀 타임 여행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젠가 한 줌의 흙이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파트타임 여행자‘일지도 모른다는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번에 읽은 반수연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파트타임 여행자」에 실린 7편의 단편을 읽고 들었던 무수한 생각들을 정리하면 그렇습니다.(설탕 공장이 있던 자리)의 홈리스였고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홈리스들에게 김교수가 후원해 준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고 김교수를 돌보며 틀니를 하게 되었고 아들이었던 찰리에게서 도망쳐나온 애나와 낯선 이국의 땅에서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었던 아버지 형국에게서부터 점점 몸과 마음이 멀어지며 치열한 세상 밖으로 나아가려는 (조각들)의 지나, 회계사라는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아내 진과 서로를 반씩 빼닮은 딸 엘사를 위해 칠흑같은 어둠 속을 포르쉐 911을 타고 만두 공장으로 돈 벌러 가는 (빅터 아일랜드)의 규, 한때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았던 감정이 없었으나 이제는 그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서서히 죽음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엄마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화분의 시간)의 영희의 동생 정희같은 인물들을 보며 준비할 시간도 없이 도망치듯 벗어나버린 제 모습이 깨진 타일 조각들처럼 파편적으로 떠올랐습니다.어떻게보면 아직은 제게 오려면 먼 것 같으나 곧 찾아올 (파트타임 여행자)의 오랜 시간동안 꿈꿔왔지만 막상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나며 홀로 여행 중인 민과 클로디아, 목사였던 남편에게 자신을 맞추면서 살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요양원으로 들어가 한 번 뿐인 인생을 즐기며 그곳에서 만난 정목수와 이따금 춤을 추며 사랑하는 (춤을 춰도 될까요)의 수전과 중증 시설로 떠나가며 이제 다시 살아선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결혼식을 올리고 서로에게 입맞춤하며 곧 보자고 말하는 패트릭과 미셸, 그리고 함께 떠난 유럽 여행에서 일련의 일들을 겪고 그들에게서 떨어져나와 홀로 몽생미셸로 떠나며 몇년 째 방문을 나서지 않는 윤수에게 보낸 카톡에서 1이 사라지고 이번에 출간된 「파트타임 여행자」의 표지처럼 출판사로부터 새 소설의 표지시안을 확인하는 (프레살레)의 수정과 같은 인생의 순간들을 저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맞이하고 싶습니다.반수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