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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바깥은 여름」이후 8년만에 만나보는 김애란작가님의 다섯번째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고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이웃일지 ‘좋은 이웃‘이자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남고 싶은 마음이 크면서 그들과 저 자신을 비교하며 저들의 상황이 저보다 당연하게 좋을 것이라 생각을 하는 데 한편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저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위로 섞인 말과 그 상황을 애써 모른 척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쓰여 제 나름대로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그 속에서 혹시 저는 상대방이 혹시나 좋아하시지 않을까하는 기대 속에 녹아있는 이상한 우월함과 그래도 상대방보다는 제가 조금은 상황이 나을 것이라는 분명하지 않은 안도감을 단 한번이라도 정확하게는 매번 느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성공한 인물들이 모인 자리에 친한 동생인 성민이 초대로 참여하게 된 연극배우 이연이 그들 속에서 물과 기름처럼 따로 분리되는 모습이 눈에 띄는 (홈 파티)부터 매일 청소를 해주는 사람에게 팁을 줘야 할지 줘야 한다면 얼마나 줘야 하고 지갑에서 꺼내 그 사람에게 직접 줄지 아니면 봉투에 담아 정성스레 감사의 마음을 적어서 줄지 고민하는 (숲속 작은 집), 생활과 생계를 유지하는 공간인 집 윗층에 새로 이사 와 공사를 한다고 양해해달라고 부탁하는 훨씬 젊고 세련된 그들의 집을 우연찮게 보고 놀라움과 부러움을 느끼는 (좋은 이웃)의 좋은 이웃이고 싶은 사람들, 전 아내가 요즘 만나고 있는 자신보다 역동적이고 세련된 남자의 모습을 질투하며 남자가 일하는 레스토랑으로 가게 되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정확히 잘 알지 못하던 (이물감)의 기태와 동네책방을 열고 일 년만에 유명한 저자와 북토크를 진행하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며 매진까지 이어졌으나 행사 당일 갑작스러운 부고소식을 전하는 저자의 행보를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소설에선 그런 의도가 아님을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그 진위를 의심했던 (레몬케이크), 은성빌라 전세보증금이 전 재산이었고 확정일자까지 받아놨으나 이사 온 날에 근저당이 잡혀 잠적해버린 집주인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지수가 등장하는 (빗방울처럼)을 읽고 난 후에는 부랴부랴 인터넷등기소 앱을 실행시켜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했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과 불안함이 동시에 제 마음 속에 ‘빗방울처럼‘ 누수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아직도 생각이 나는 이 여름에 은미가 로버트에게 만나서 반갑다와 잘 가 그리고 평안하시라는 의미의 ‘안녕‘이라고 마지막으로 전하는 (안녕이라 그랬어)처럼 함께 서울 도심의 천변을 거닐며 서로를 배려해주고 존중해주는 마치 친한 자매같던 김애란작가님과 김내리편집자님을 포함한 모든 분들에게 저도 평안하시기를 바라며 안녕이라고, 말해봅니다.
김애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