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솔티
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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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모과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스위트 솔티]를 읽었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 (스위트 솔티)를 포함한 8편의 단편과 황유지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과 작품들의 대한 소상한 작가의 말이 실려있습니다.
사실 황모과작가님의 작품을 읽은 것은 은행나무 노벨라 N 시리즈인 [서브플롯]과 위픽시리즈 [10초는 영원히]가 전부인데 SF장르에 대해 정확히는 미래에 대해 단순하게 관심이 있고 그 세계로 어서 진입하고 싶지만 진입장벽이 높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왔습니다만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그 세계에 한 발짝씩 발을 내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황모과작가님은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20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생활하신다고 하셨는 데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주인공도 20대 후반이며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아슬아슬하게 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조만간 비자가 만료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는 데 돌아가기에는 막막한 상황이 저는 타국에서 살지 않았지만 낯설지가 않았고 치매를 앓고 있는 이웃집 할머니가 오메라시로 돌아가길 완강하게 거부하는 모습도 눈길이 갔었습니다.
해설과 작가의 말에도 언급되었듯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오마주한 작품의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습니다.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에서는 ‘시대 지체자‘에게 제3의 눈을 시술하여 안락하고 전망가득한 새 삶을 부여하는 스마트보디라는 신기술이 상용화되었지만 금이 간 뿌연 안경을 쓰며 스마트보디 업그레이드를 거부하며 제3의 눈또한 하지 않은 장형철 씨의 사연과 소설의 모티브가 된 김경철 님을 포함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희생자들을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스위트 솔티)는 배에서 태어난 무티아라, 술레이만, (스위트) 솔티가 바다 거품, 시트러스, 술탄 출신의 엄마와 마음 속에 지니며 타스만을 거쳐 부산에 도착하여 정착하다 부산도 바다에 잠기게 될 예정이라 이제 우주로 떠나게 되는 단편인 데도 방대하여 보는 내내 흥미로웠고 마지막에 실린 (여행이 다시 당신을 찾아옵니다)의 멋진 풍경들을 대신 눈에 담고 체험해주는 백팩커처럼 다양한 풍경들을 보여주는 작가님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편하게 볼 수 있어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하면 과언이겠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못찾겠습니다.
(순애보 준코, 산업위안부 김순자)의 김순자 할머니에게 왜곡된 기억을 주입시키며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기는 커녕 은폐하고 삭제하려는 전범 기업의 모습이 소설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너무 두려웠고 앞서 읽은 이유리작가님의 단편 (크로노스)도 생각나고 그래서 브레인 서포터나 시대별 바이어스같은 설정들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타고난 시절)의 성장 센터를 퇴소하고 햇살 어린이집으로 간 희망이와 다움이처럼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퇴행하지 않고 이 험난하고 답없는 세계를 이끌어가며 일원이 되는 미래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도 공존하지만 늦더라도 저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싶다는 다짐으로 도출하였습니다.
(나의 새로운 바다로)의 벨루가 무리들이 자신들과 다른 형태인 로봇 벨루가를 호기심있게 볼 지언정 무리에 받아들이는 모습이 예전에 보았던 어떤 섬에 다리 한쪽이 없는 퍼핀 인형을 세워놓았는 데 실제로 퍼핀이 한쪽 다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고 무분별한 포획을 저또한 반대하고 수족관에 갇힌 벨루가들을 방류하길 저도 바랍니다.
(브라이덜 하이스쿨)은 처음에는 로맨스판타지(a.k.a 로판)설정에 가볍게 생각했지만 그 설정 속에 순종적인 여성들,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들의 모습이 짙게 새겨져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고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했던 단편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저에겐 SF라는 장르는 진입장벽이 느껴지는 데 이 소설집을 통해 지구(저)에서 토성(SF)까지의 거리가 지구(저)에서 달(SF)까지는 아니어도 목성(SF)까지의 거리로 좁혀진 것 같았고 조금씩 접하다보면 언젠가는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달과 같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황모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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