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망한 사랑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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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인상적인 김지연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조금 망한 사랑]의 제목을 첫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의 책임편집하신 김내리편집자님이 지어주셨다고 작가의 말에 언급되어있지만 첫번째로 실린 (포기)와 (반려빚), (긴 끝)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제목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었는데 사실 ‘조금 망한 사랑‘이 아니라 ‘정말 망한 사랑‘이거나 과격한 표현인 ‘X나 망한 사랑‘으로 제목을 정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정말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왠지모를 거부감도 들 수도 있기에 이렇게 제목이 정해졌나 싶습니다.
(포기)에서 미선의 전남자친구 민재에게 200만원을 빌려준 별명이 호두인 영호, 알고보니 영호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돈을 빌린 후 잠적해버린 민재로 인해 난처해진 미선이 고동에 있다는 민재의 행방을 찾아내기 위해 무작정 전화를 걸고 마침내 연락이 닿아 조금씩 영호의 돈을 갚다가 또다시 사라져버린 민재를 보고 마침내 ‘포기‘할 수 있었다는 것에 1차 충격, (경기 지역 밖에서 사망)의 상욱은 저와 달리 야무지게 자신의 권리를 잘 챙기는 바람직한 인물이며 선미의 소개로 하룻동안 미주의 가이드이자 인터뷰이가 되어 평소에 즐겨하던 배틀그라운드 게임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데 ‘경기 지역‘이 경기도 지역이 아닌 게임 장소를 뜻하는 것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어 2차 충격,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려있어 한 번 읽은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전세사기를 당한 서일에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기꺼이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돈을 빌려주게 된 정현이 결국 서일이 연락을 끊자 그 빚을 갚게 되는 내용으로 읽기 시작하기전까지도 ‘반려빛‘으로 인식되었던 (반려빚)으로 3차 충격, (긴 끝)의 문애와 함께 살고 있던 찬희가 자신의 남동생이 굶어죽게 될 판이라며 문애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으나 거절하자 반반씩 부담하며 같이 사는 집의 보증금을 달라고 요구하자 말다툼을 벌인 끝에 헤어지게 되는 급작스러운 상황전개에 4차 충격,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남편이 바람을 피웠고 이혼하며 양육권을 포기하였는 데 남편이 사고로 죽자 내연녀가 찾아와 아이의 양육비를 볼모로 삼아 남편의 보험금을 요구, 자신이 배아파 낳았지만 애정이 크지 않았던 안지가 내연녀의 지갑에서 죽은 남편의 사진을 빼서 자신이 가지게 되었다는 해괴한 이야기 그 자체인 (좋아하는 마음 없이)의 또 충격을 받으며 김지연작가님이 원래 이렇게 망한 이야기들을 잘 쓰시는 줄은 미처 몰랐는 데 아마도 해설을 맡은 권희철문학평론가님이 언급하신 (굴 드라이브)와 (사랑하는 일),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이 실렸던 첫 소설집인 [마음에 없는 소리]를 읽어보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먼바다 쪽으로)의 펜션에서 종희와 함께 숙식하며 관리하던 현태가 에메랄드 룸에서 들려오는 여자친구는 아닌 두 남녀의 밀담을 듣고 에메랄드 룸에 몰래 들어가 소지품을 뒤지게 되는 불안 증세에 읽고 있던 저도 모르게 불안해지고 만난 지 이제 세 번 정도 밖에 되지 않은 혜미가 베스트셀러 작가인 K의 아이를 임신하며 임신중절수술을 위해 산부인과에 같이 가줄 것을 부탁받게 된 (정확한 비밀)의 장대영이 소설 말미에 알게 되는 ‘정확한 비밀‘이 무엇일지 궁금하며 (가능한 밝은 어둠)의 폭우가 쏟아져 지수와 종우의 집을 포함한 마을 전체가 물바다로 가득해지던 때에 종우네 집 마당에서 발견된 콩이와 달리 끝끝내 발견 못한 흰둥이의 행방도 궁금했고 (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의 공벌레가 나올정도로 썩어문드러진 타임캡슐을 민호와 초아가 약속한 날짜에 다시 와서 확인해보았을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숙모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과 달디단 것이 분명할 유자 호빵도 궁금해졌습니다.
김지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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