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영원할 것처럼
서유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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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 [밤이 영원할 것처럼]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어 읽어보았습니다.
실리지 못한 두 편의 단편들의 부족함을 잊지 않으시겠다며 말씀하신 첫번째 소설집 [당분간 인간]에서는 8편의 단편이, 3편의 단편을 덜어내신 두번째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에선 6편, 그리고 3년 전에 출간된 세번째 소설집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에는 7편의 짧은 소설과 5편의 단편 도합하여 12편이 실렸었는 데 이번 소설집에서는 표제작 (밤이 영원할 것처럼)과 티저북으로 출간된 (다른 미래)를 포함하여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토요일 아침의 로건) - 2023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문장 웹진 2023년 2월호
미국지사 발령에 대비해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젤다에게 영어회화 수업을 받던 로건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직장인 성호에게 뇌에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지자 젤다와의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하며 이번에야말로 젤다에게 영어회화를 그만 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하는 모습과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하는 젤다가 짓는 표정이 슬펐습니다.
(밤의 벤치) -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문학동네 2023 수록작
아파트에 있는 전나무 네 그루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벤치에서 101동 여자는 캔맥주를 마시고 은솔의 엄마 경진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고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는 데 지반이 약해진다는 우려를 가장한 주차공간 부족으로 벤치와 전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경진은 오래전 대학 졸업 후 세번째로 다니던 학습지 방문교사로 일하며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머물렀던 편의점 앞 파라솔 탁자와 분식점 창가 자리를 떠올리게 되는 데 저도 초등학교 3학년때 부모님이 2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학습지를 받아볼 기회가 있었으나 주소를 잘못 쓰는 바람에 해보지도 못하고 날려먹은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것으로 충분한 밤) - [문학수첩] 2023년 하반기호
대출을 받긴 했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단독주택형 빌라를 가지게 되어 모임을 가진 종우와 유선 부부에게 집주인이 누수가 있다며 그 누수의 원인이 이들에게 있는 것처럼 이잡듯이 확인하고 모임이 끝나고 맥주를 마시고 있던 때에 밖에서는 남녀가 노래를 부르다가 싸우는 듯한 소리가 계속 지속되어 나름 행복했던 종우와 유선의 사이에서도 균열이 감지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초등학교 6학년때 갑작스럽게 많이 나온 전기세의 원인을 찾기 위해 주인 아저씨가 우리 집에 들어가 겨울에 보일러는 커녕 연탄도 없이 살아야했던 우리 가족의 유일한 난방기구였던 전기장판을 발견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난방기구들을 압수하던 슬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 [현대문학] 2022년 7월호
어렸을때부터 결혼할때까지, 결혼하면서도 풍족하게 살며 친구들 또한 챙겨주며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재경이 이혼하자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되었고 연락을 끊던 재경이 부동산 중개일을 하는 석주에게 찾아가 집을 알아보며 석주가 찾아낸 이제껏 자신과는 전혀 연관이 없을 줄 알았던 원룸에서 살며 전구가 나가 어둡게 살면서 석주를 포함한 그누구에게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재경을 보며 처음으로 홀로 살게 되며 지금도 살고 있는 원룸 방의 전구가 나가자 할인마트에 가서 맞는 전구를 사며 홀로 전구를 갈아끼우던 제 모습이 생각났어요. 너무 쓸쓸했어요.
(다른 미래) - [저는 MBTI 잘 몰라서......] 읻다, 2023 수록작
이십여년 전 남편을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잃었지만 자신의 딸 희영이와 자신의 노후를 위해 악착같이 살아와 싹싹한 사위와 귀여운 손녀를 얻은 진이 희영과 가족이 함께하는 휴가에 처음으로 같이 가게 되는 데 비 오는 바다에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가는 진을 제외한 가족들과 희영에게 전화가 온 것을 알려두려고 바다에 들어갔다 얼떨결에 파도를 맞이한 진에게 다가올 ‘다른 미래‘와 제게 다가올 ‘다른 미래‘가 궁금해졌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 [실천문학] 2023년 봄호
이혼 한지 2년이 넘었음에도 위자료를 정산해주지 않고 문자로만 연락하는 재영이 괘씸하지만 기다리던 인희에게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집주인에게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조건의 재계약이 다가오고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출강이고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통화는 커녕 문자조차 없는 재영을 만나러 재영이 교수로 있는 대학과 이혼하기 전까지 인희와 살았던 재영의 집을 찾아가지만 대학에서도 집에서도 보이지 않는 재영을 기다릴 수 밖에 없어 기다리는 인희의 심정을 저도 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일하는 곳의 재계약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번달 급여또한......
[밤이 영원할 것처럼] - [문학동네] 2024년 봄호
우연히 동희가 발목을 다친 것을 시작으로 동희가 쓰고 있던 집무실을 고객상담팀으로 바꿔야겠다는 대표의 말에 집무실을 지키고 있던 정팀장이 동희에게 영입해놓은 화분들과 짐들을 정리하며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곧 집에 들어올 모션 베드를 기다리며 발을 심장보다 높이 들어 올리겠다고 다짐하는 동희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에게 다가온 ‘밤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곧 아침이 밝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저도 작은 다짐을 해볼까합니다.
작품해설 : 기다림으로 남은 밤, 소유정문학평론가
단편들을 하나씩 읽으면서 나름대로 꼼꼼하게 읽는다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쳐버린 부분들을 소유정문학평론가님이 짚어주셔서 새롭게 다가왔고 특히 모리스 블랑쇼가 말했지만 ˝우리가 함께 기다린다면 모든 것이 변할 겁니다.˝([기다림 망각] 모리스 블랑쇼 지음, 박준상 옮김, 그린비, 2009, 51쪽)이라는 문장을 평론가님처럼 저또한 내내 생각하며 길고 긴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6월 중순경에 출간예정이었지만 최은영작가님의 귀한 추천사와 작가님과 담당 편집자님이 세심하게 살펴주셔서 늦게라도 기다릴 수 있었고 그렇기에 결국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같아 너무 기쁩니다.
서유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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