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테이크 유어 타임
박문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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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첫 소설집 [방 안의 호랑이]와 5월 작은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허니비]에 이어 7월에 출간된 박문영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레이디스, 테이크 유어 타임]을 8월의 마지막 날에 읽기 시작하여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첫 날에 다 읽어갔습니다.
1부 (레이디스)에선 희극인의 삶에서 은퇴하여 지하철이 다니지 않은 영청시에 공공근로를 하며 홀로 살아가는 67세인 노보금이 광장에서 강사를 따라 춤을 추는 4살 아래인 성만옥과 자신과 동갑인 마종은을 맞닥뜨리고 소음에 항의하는 3층 여자를 만나서 양해를 구하는 일에 얼떨결에 같이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노보금을 비롯하여 카페 만춘에서 시니어 바리스타로 일하는 성만옥과 7년째 자연친화적인 것을 추구하는 모임 들쭉의 일을 도맡아하고 관리하는 마종은의 사연이 펼쳐져 있었기에 이번에는 SF요소가 없으려나 했던 찰나 바로 2부 (테이크)에서 완경한 65~75세 여성들에게 레이디스 테이크 유어 타임, 줄여서 레테타 수술을 받고 완경 전의 시간으로 건강과 체력이 돌아가는 획기적인 사업에 영천시가 국내 최초로 시범운영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접해졌고 나이가 아직 어린 만옥과 레테타 수술에 거부감을 느끼는 종은에 비해 곁에 있는 가족이 없던 보금이 수술을 받게 되는 모습이 그려지는 데 제가 학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그래도 20여년전에 황우석박사가 줄기세포 배양했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생각이 났었고 비록 그게 헛된 꿈이었지만 그때에도 찬반 논쟁이 끊이질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역시 영청시에서도 레테타 수술을 찬성하는 입장과 그 것에 반대하여 집회 시위를 벌이는 입장이 첨예하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마지막 3부 (유어 타임)에서는 레테타 수술을 받고 회복한 노보금을 필두로 같은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야간 자율 수사대 이른바 야자수 활동을 하게 되어 영천시 주변에 벌어지는 여성을 포함한 위험에 처한 약자들을 도와주자는 취지로 실제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태연히 도심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을 소탕하여 영천시의 평화를 되찾아주는 순기능이 있는가하면 너무나도 건강해져버린 이들로 인해 본의아니게 피해를 입은 이들도 있기에 갈등이 심화되고 노보금을 포함한 마종은, 성만옥에게도 각자가 지니고 있는 갈등의 골이 고조되는 위기를 겪게 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마치 블랙박스나 주변 곳곳에 설치된 CCTV가 되는 것처럼 지켜본 저로서는 그저 이들이 힘이 세져 영천시의 시민들을 포함한 지구를 위기 속에서 단숨에 구원하는 히어로가 되는 것보다 광장에서 신나는 트로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근심과 삶의 고단함을 다 털어내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기 위한 원동력을 키우려고 했던 것이 전부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술은 이미 받았고 수술 받기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오늘도 광장에서 어김없이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기실 그들의 곁에 저도 살며시 몸을 맡기고 싶슴니다.
박문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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