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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에게
안준원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7월
평점 :
주기적으로 출간되는 핀시리즈 소설선 외에 정말 오랜만에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출간된 국내소설인데요.
제목은 [제인에게]이며 안준원작가님의 첫 소설집인데 표제작 (제인에게)를 포함하여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2019년 은행나무출판사의 앤솔로지 [집 짓는 사람]에 실리기도 했던 (염소)라는 작품은 여행을 온 연인이 한적하기만 할 줄 알았던 시골마을에 머물게 되는 내용인데 읽을 초반에는 아리 에스터 감독님의 영화 [미드소마]가 연상될 정도로 이 연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집을 떠난지 3년 만에 마치 우연히 들린 것처럼 다시 돌아와 과거에만 매달려 살며 망령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백희가 미래의 자신을 봤다며 말하고 한 무더기 주워 온 유리구슬을 찾고 다시 집을 떠나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습(백희)를 보며 저또한 늘 과거 속에만 얽매여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제작인 (제인에게)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볼 수 없을 제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소설이 구성되어 있는 데 M=mind월드에 있을 제인에게 이 편지가 닿을 수 있을까하는 순수한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연극 극단의 오퍼레이터로 일하게 된 인물이 등장하는 (은행나무는 그 자리에) 속 흘러나온 아이유의 [좋은 날]과 강승윤이 슈퍼스타K2에서 불렀던 윤종신원곡의 [본능적으로]가 머릿속에 저절로 재생이 되면서 그 시기에 있었을 저를 떠올려봤으며 바로 이어지는 본명은 김덕훈이었으나 이환으로 그러다 김우주로 이름을 바꾼 연극배우가 연극무대에서 쓰러져버린 (환한 조명 아래 우리는)의 배우들이 공연하는 극장에 가서 부스럭대며 건조하여 기침이 나올라하면 기침도 하며 저 여기있어요, 저 살아있어요 신호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연인인 주희의 상의도 없어 무작정 포터를 구입하며 주희와 삐그덕거리는 (포터)의 민수를 보며 소설의 도입부부터 느꼈지만 이들은 진작에 헤어지는 것이 맞는 것인데 왜 아직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인지 모태솔로인 저의 관점에선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소설집 [제인에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고령화사회에 맞춰 노인들을 수용소에 격리하여 죽을 때까지 관리하는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이긴 하나 극단적인 단편인 (코트)를 읽으며 신체가 건강하며 인지능력이 비교적 감퇴하지 않은 A급 노인들이 노동하며 생활하는 A동과 점점 체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B급 노인들이 기거하는 B동의 풍경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 역시 소름이 돋으며 무서워졌으며 소설에서 자세히 나오지 않은 월말 평가로 관찰사에게 C급 판정을 받은 노인들이 있을 C동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폐기동에선 노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해지더군요.
마지막에 실린 미발표작인 (반딧불이 사라지면)에서 효민의 엄마가 불러준 [개똥벌레]를 저에게도 누군가가 불러줬던 기억이 나는 데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때 들으면서 매우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서희원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을 읽으며 조금 더 안준원작가님의 작품세계에 한발 짝 들어갈 수 있었고 작품들의 간단한 집필 경위와 후기, 그리고 부모님과 아내분이신 수진님과 딸 유하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작가의 말까지 읽으며 [제인에게] 속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과 함께 삶을 영위하고 싶어졌습니다.
안준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