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팔마스는 없다
오성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소설집 「되겠다는 마음」(작년 말에 출간되었으나 읽어보지는 않았어요.)에 이어 부산 영도출신 오성은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자 올해 우수출판컨텐츠 선정작이기도 한「라스팔마스는 없다」를 짧지만 강렬하게 읽어버렸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배를 타던 무성호의 심만호 선장이 최근 들어 기력이 없고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알츠하이머 초기여서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고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있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아들 규보씨에게 설상가상 배와 함께 아버지 심만호씨가 사라져버리자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전단지도 만들고 아버지가 다녔을 만한 곳을 찾아가보지만 좀처럼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 답답하고 막막한 규보씨의 심정이 실감났고 가족이기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버지의 흔적을 찾으면 찾을 수록 사실은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규보씨를 보며 심만호 선장과 같은 마도로스는 아니었지만 한때 잠시나마 배를 탔었으나 배에서 내린 후 집에 돌아왔으나 같이 탔던 친구에게 그동안 배를 타며 모아둔 돈은 갈취당해버린 순간에 그당시에는 어렸기만 했던 제가 봐버렸고 그 걸 말리거나 바로 말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죄책감을 느꼈고 제가 아는 지인이신 택시기사님이 왕년에 원양어선 조타수였다고 이야기하신 기억을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고 싶지만 그 사람과의 행복한 미래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이대로 놓칠 수 없기에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곁에 있어주지 못한 채 바다로 나가던 아버지가 기억을 잃고 기척도 없이 사라지자 아버지와 ‘오래 관계를 맺어왔던 거래처들도 심 선장의 실종은 안타까워했지만, 그들로서는 마냥 기다려줄 수만은 없는 노릇(88쪽)‘이고 ‘바다는 어디론가 흐르고 있고, 배는 운항을 멈출 수가 없다. 이는 물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숙명이었다(같은쪽).‘이라는 문구가 인상깊었습니다.
짧디짧은 소설의 끝이 다가와서도 아들 규보씨가 ‘아직은 끝인사를 나눌 때는 아니라고 되뇌는(220쪽)‘ 모습을 보면서 제가 규보씨의 입장이어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성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