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XX 새소설 14
김아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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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이 백말띠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이러한 사연이 있었다는 것을 작년 초에 출간된 황모과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접하기만 했고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는 데 제6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이자 새소설 시리즈 14번째(이번부터 판형이 바뀌었네요.)로 출간된 김아나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1990XX」를 읽어보며 자세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혹여나 1990년 백말띠에 제가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XY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그런생각마저 들기도 했었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고 고양이의 시선이었다가 유령-아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스트리밍 방송을 하며 폐가를 체험하는 하꼬이지만 유튜버가 등장하는 등 흡입력이 강했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백말띠에 태어날 예정일 XX가 기가 매우 강해 XY를 포함한 모든 것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소문이 돌아 무분별하게 태어나기 전에 혹은 가까스로 태어났지만 곧바로 죽임을 당해야했으며 그 사실자체만으로는 뉴스에 나올거리조차 안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1990년 8월 13일에 태어나자마자 바로 할아버지의 손에 차디찬 주검이 되어버린 새롬이! 흰색의 배넷저고리(바디수트)에 쌓여 암매장된 새롬이!
아무리 의학이나 기술이 발전해도 저는 이미 세상에 없을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대에 태어난 심재이씨가 마리안느 여성통합 기숙학교의 구루로 있을 2184년 빙하가 녹고 판이 갈라지며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살아갈 수 있는 먼 미래에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우연히 흙을 파다 발견된 육신은 삭아버린 지 오래며 갈변된 뼛조각으로 남은 새롬이! 거울처럼 매끈한 검은색의 조약돌에 이름이 새겨진 새롬이를 포함한 소리, 유지현, 이민지, 오영아, 김지안, 다롬이와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유령-아기들. 그리고 매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거나 태어나자마자 바로 유령-아기가 되어야했던(얼마전 3년간 생활고로 인해 아버지가 각각 다른 아이 2명을 출산하자마자 바로 살해하여 시신을 암매장한 30대여성이 자수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모든 존재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싶습니다.
김아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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