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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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등학생때부터 잘 숙제를 안해와서 사랑방에 남아서 안한 숙제를 하고 구구단을 못외워서 사랑방에 외울때까지 남은 기억이 나는 데 매일매일 써야했던 일기를 쓰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오늘 읽은 이주혜작가님의 「기억은 짧고 계절은 영영」에서는 좋았을 때는 좋았지만 대체로 암울했던 유년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옷이라는 인물이 일기쓰기강의에 참석하여 유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일기를 쓰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저는 시옷과 동년배가 아니기에 시옷이 겪은 독재자와 학살자가 있었을 시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 시기를 담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와 같은 다양한 매체와 그 시절을 지나오신 분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읽으면서 그 시기들이 그려지더군요.
시옷이 합창단에 들어가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교내합창단에 들어가기 위해 처음 들어본 「흥부와 놀부」라는 동요를 연습하고 합창단에 합격해서 동요 「이슬」을 합창단과 함께 부르게 되었으나 가사를 못외워서 쫓겨날뻔했고 시옷과 같은 반에 눈망울은 아름다웠으나 꾀죄죄한 몰골로 선생님께 자주 혼이나고 맞아야했던 소년을 보며 역시나 소년과 같은 이유로 자주 혼이났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에게 보여줄 일기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시상을 떠올려 시를 쓰고 글들을 꾸며주는 말들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많이 사용한다고 선생님이 지적해주시던 견고했던 기억은 짧지만 반복되는 수많은 계절을 지나 점차 틈이 생기지만 죽을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영영 남아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며 새삼스레 깨달았어요.
‘봄은 봄을 만나서(1부)‘ ‘봄이 봄을 탐했고(2부)‘ ‘다친 봄은 오래 울었으나(3부)‘ ‘봄이 봄을 옮겨붙었다(4부)‘라는 소제목들이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연결되는 것 같아 더 인상깊게 읽은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의 ‘더는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이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때라고. 저 너머에 어떤 음험한 세계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을지라도 우리는 기꺼이 경계를 넘어야 한다고. 세계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통과하는 법이라고.(224~5쪽)‘의 구절을 남기며 다음 장으로 넘어갈 (저의) 이야기를 마주하기 위해 문턱을 넘어가려고 합니다.
이주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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