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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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살았던 집은 학교 바로 옆에 있고 부엌이 넓지만 방은 한 칸, 보일러는 커녕 연탄도 때지 않아 목욕이라도 할라치면 목욕탕을 가야했지만 헐렁한 주머니사정으로 매일 가지는 못하고 주로 솥에 가득히 넣은 물을 끓이며 사용했던 겨울에 원체 눈이 많이 안 오는 부산에서 눈이라도 내리면 바로 다음날 수도가 얼어 주인집에서 보일러로 데워진 물을 받거나 목욕탕에 가고는 했었죠. 그 때 보증금이 10만원이었고 방세가 13만원, 겨울에 전기장판과 난로로 생활하다 전기세폭탄을 맞자 주인집에서 난로와 전기장판을 압수당하고 연탄을 때며 살았던 기억을 이번에 출간된 김혜진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축복을 비는 마음」을 읽으며 되새겨봤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임대동에 사는 친구가 잠시비운 3개월 동안 딸 해민과 함께 살며 돈과 직장을 마련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미애씨(미애), 집을 보러 온 여느 사람과 다른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여자가 이 집을 사게 하려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음에도 할아버지를 시켜 옥상 청소하고 부단히 노력했던 세미(20세기 아이), 재개발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한 몫 챙기려고 영혼까지 끌어모았지만 재개발이 흐지부지 되고 남편의 건강이 나빠지자 결국 집을 팔기로 한 (목화맨션)의 만옥씨와 그 세입자인 순미씨, 겉보기엔 안정되어 보이지만 팔 타이밍을 놓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두 달째 월세와 관리비를 내지 않은 세입자 장건호씨를 만나러 퍼스트오피스텔에 가는 (이남터미널)의 남우 사모님, 집주인인 장 선생을 대신하여 장 선생 명의의 건물을 관리하며 관리비까지 대신 받아주는 (산무동 320-1번지)의 작남 부부, 손녀를 새 집에 살게 하려고 크게 아프지도 않으면서 병원에 입원하여 합의금을 받아낸 할머니와 할머니가 준(정확하게는 할머니와 사고가 난 버스기사 가족이 준) 합의금을 결국에는 받아버린 손녀 현지씨(자전거와 세계), 모임에서 만난 배우를 꿈꾸는 마크와 자신의 집에서 동거하며 갈등과 고민도 있지만 함께이기에 황금빛은 몰라도 낙관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주인씨(사랑하는 미래)와 지저분한 집을 새 집으로 만들어놓는 일을 하다 자신과 다른 신입인 경옥을 만나면서부터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가 생기는 인선씨(축복을 비는 마음)까지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각자의 고민과 고통과 사연을 안고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 속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노숙을 택하시는 분들도 포함되어 있겠죠.
그 모든 분들에게 ‘축복을 비는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김혜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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