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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 꾸세요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평점 :
작년 말에 작은도서관에서 빌려봤던 김멜라작가님의 「적어도 두 번」을 읽었을 때 이 소설집에 실리지 않아 아직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관심이 쏠렸던 두 작품 (저녁놀)과 (나뭇잎이 마르고)가 나란히 수록된 두 번째 소설집이 언제 출간될까 했는 데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제 꿈 꾸세요」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어서 읽어보았습니다.
김멜라작가님의 작품은 「적어도 두 번」이후 이번이 두 번째인데 (김멜라작가님의 단독작품은 이 두 권의 책이 전부입니다만.)
그 두 작품 앞에 첫번째로 실린 (링고링)에서부터 심상치 않았죠. ‘링고りんご‘라는 이름이 일본어로 ‘사과‘를 뜻하기도 하지만 엄마의 친구인 성윤 이모의 일본 이름이 링고이며 영주의 태명 또한 링고라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엄마와 링고 이모의 흔적을 따라 영주와 함께 분식집인 ‘좁은집‘을 찾으려고 아이에게 물어 아이를 따라갔더니 ‘좁은집‘이 아닌 ‘좋은집‘이었다는 것또한 흥미로웠습니다.
(나뭇잎이 마르고)는 발음이 불명확하지만 자신의 마음은 확고한 체와 체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이제는 정확하게 알지만 체의 고백을 거절하는 앙헬의 관계를 보며 ‘알 수 없음‘을 느꼈습니다.
특히 체에게 학교 홍보 모델을 제안하자 전화로
‘옹사오 영예고 옹짜오 우여억을 행악 하이 마고 제애오 온을 지울해어! : 봉사고 명예고 공짜로 부려먹을 생각 하지 말고 제대로 돈을 지불해요!(76쪽)‘라고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하는 체, 고소공포증을 ‘오, 소, 옹, 포, 쭝!(85쪽)‘이라고 발음하는 체를 저도 모르게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저녁놀)이라는 제목과는 다른 느낌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느끼기 시작했는 데 지현과 민영이라는 이름대신 눈점과 먹점으로 부르며 귀여운 표범인형인 표표와 대파 한 단이 육천칠백원까지 오르자 사지 않고 키우게 된 대파 파파야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그녀들이 쓰다듬어줘야 할 대상이자 어루만지고 감싸줘야 할 존재이며 섹스의 상징이자 육체의 중심인 모모의 수난연대기를 그리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설탕, 더블 더블)의 첫사랑인 희래를 추억하고 그녀의 흔적이 있는 윤도윤의 SNS와 옛 서울역사에서 그의 전시행사의 스태프로 지원하며 윤도윤을 정확히는 윤도윤과 함께 올 희래를 기다리는 그와 함께 도망쳐서 살자고 청혼했지만 해방 이후 증발해버린 첫사랑 테루오를 그리워하며 그가 숨겨놓았을 설탕을 확인해보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이 너무 달콤했습니다.
(논리)는 딸 엘리가 지속적으로 만나는 엘살바도르 서핑 숍에서 민소매 티셔츠에 통이 큰 리넨 바지를 입은 짧은 머리에 엘리에게 과카몰레 타코를 만들어주고 서핑을 가르쳐주는 여자를 탐탁치 않아하지만 엘리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그녀로 인해 엘리가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며 인정하고 공부하려는 엄마의 가슴아픈 반전을 읽으며 뭉클해졌습니다.
(물오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졸지에 슈퍼전파자가 되어버린 딸 을주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수 많은 약을 과다복용하였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헌금을 하며 교회에 다녔지만 그 신에게 구원받지 못하자 을주사우나의 사장이자 을주의 아버지인 덕진이 결행하는 것을 단순히 안타깝게만 느껴지지가 않았어요.
(코끼리코)는 식솔이 딸린 세명의 오빠들에게 한참 밀려나있던 막내인 그녀가 옆집 사내가 소변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리는 원룸에서 벗어나 자신의 최후를 맞이하며 무덤이 될 만한 공간을 찾다 개나리맨션 202호에 자리를 잡게 되는 데 거기서 그녀에게 반말하며 그녀의 생활에 방해하는 통닭집, 세탁소, 슈퍼주인 이 세명의 남자들과 나중에는 여자화장실로 대치하게 되고 결국에는 획기적인 발상이 돋보이지만 불편하기 짝이 없는 ‘코끼리코‘로 인해 고생히는 그녀의 남은 여생이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과 동시에 238쪽에 ‘그들은 202호에게 아버지 계좌에 있는 일천구백만오십만원을 주기로 했다.‘에 일천구백만오십만원은 얼마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는 데 오타일까요?
마지막에 실린 표제작 (제 꿈 꾸세요)는 자의적인 죽음에 매번 실패하다 황당한 사고로 죽음에 성공한 30대 무직의 여성이 길손 가이드인 챔버와 함께 동행하는 이야기인데 자신의 죽음을 가장 친했던 친구와 가장 편했던 전 연인에게 알릴려고 했으나 이내 부질없음을 깨닫고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과 이어진 사람들의 꿈으로 가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진 그녀처럼 허구인게 분명하지만 저도 기쁘게 제 꿈을 꿔줄 사람들을 현실에서 늘 즐겁게 해주고 싶어졌습니다.
오늘은 카페인과 당이 땡겨 삼각형의 커피포리를 빨대로 한 번에 꽂아 마셔야겠습니다.
김멜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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