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조용호 지음 / 민음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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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첫 소설집「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2005년에 출간된 두 번째 소설집인 「왈릴리 고양이나무」는 제가 너무 어릴때 출간이 되어서 그런지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볼 생각을 못했기에 당연히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1998년에 등단하시고 무려 12년만에 첫 장편소설이었던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는 시기가 안 맞아서 그런지 읽지 못했고 두 번째 소설집 이후 8년만에 출간된 세 번째 소설집 「떠다니네」는 분명히 접하였고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그 내용이나 느낌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 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로부터 9년만에 첫 장편소설 이후로는 또 12년만에 두번째 장편소설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을 출간하셨는 데 바로 조용호작가님이십니다.
제가 태어나지도 한 여성의 뱃속에서도 하나의 씨앗으로 생겨나기도 전인 1987년, 대학 생활을 마음껏 누렸어야 할 젊은 청춘들이 단지 세상과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강제로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거짓증언을 강요당하며 고통을 받고 있던 시기에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여인이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고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서류상에서도 그녀와 연관된 사람들에게서도 찾지 못하며 야속한 시간만 흘러가지만 결코 잊혀지지 않던 그저 살아가는 것 밖에 할 수 없던 그에게 그녀와 똑닮은 희연이 나타나며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다시 지피며 그녀의 흔적을 그녀와 닮은 희연과 함께 찾아나서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지우고 싶었으나 부정할 수 없는 내 존재의 원천인 한 여성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불합리한 세상에서 투쟁하는 청춘들이 꽃처럼 만발하던 시기를 지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행사가 치뤄지던 시기 또한 지나고 2년 후 한 여성은 뱃속에서 자라던 생명을 낳았고 2년 후에 갑자기 증발해버려 그녀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헛수고였으며 지금까지 어떠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아 어디서 어떤 이름을 가지고 어떤 모습을 하며 살고 있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따지고 보면 모든 죽음은 의문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내내 해 왔지만, 우리가 태어난 것 또한 분명한 경로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출생일지도 모른다. 입양이 아니라도, 생부 생모가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들의 몸을 통로 삼아 이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 명확하게 규명할 사람은 아직 없다. 태어난 맥락을 모르니,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147~8쪽)라는 문구가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조용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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