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주란작가님의 작품들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는 데 그 것은 등장인물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입니다.
첫 소설집이었던「모두 다른 아버지」에서도, 두 번째 소설집인 「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서도 술을 마시는 인물들이 나오는 데 세 번째 소설집이나 장편소설을 기다리던 중에 주간 문학동네에서 첫 장편소설 연재를 하셨는데 제목이 「수면 아래」였고 연재되는 소설을 찾아보고 읽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제목만 알고 있었고 연재가 끝나며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어 읽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우경과 해인이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하고 200쪽 정도되는 소설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해인은 아침에 일어나 40분정도 마을버스를 타고 중고물품을 사고 파는 해동중고에서 중고물품을 세척하고 중고물품을 사고 파는 일을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하며 저녁 7시에 문을 닫고 곧 운행을 중단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극적인 설정이나 강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들을 보내며 함께 살았지만 이제는 베트남으로 멀리 가는 우경, 유명 마술사를 꿈꾸던 성규, 독서실에서 근무하는 장미씨, 이 곳에 아예 살게 되는 유진씨, 미용실을 운영하며 열 아홉살이 된 해피와 지내는 이모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는 해인의 비어진 술잔을 저도 모르게 채워주며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책의 뒷면에는 ‘깊은 상실을 공유하고 헤어짐을 택한 두 사람 / 삶의 파동에 흔들리며 조금씩 나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라는 문구가 있지만 이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무언가 특별한 일이 매일 매일 생겨나고 주변 인물들이 죄다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보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 그 날 정해진 일을 하거나 하지 못하거나 어쨌든 이모의 미용실에 걸려있는 거꾸로 가는 이상한 시계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정확한 속도를 유지하며 공평하게 매일 매일 제게 다가오는 24시간을 보내는 삶. 이게 바로 인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주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