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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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발표했던 두번째 소설집 「소년 7의 고백」에 실렸던 단편 (여진)을 장편화하여 새롭게 신작을 내신 안보윤작가님의 새 장편소설의 제목 또한 「여진」입니다.
1부 ‘기억‘에서도 실려있는 단편 (여진)은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층 노부부를 살해하는 남자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 데, 장편화된「여진」은 이 사건으로 인해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한 시절이 끝나버린 소년과 소년의 누나. 누나는 접근성이 좋은 오피스텔을 구하여 혼자 살고 있고 소년은 소리가 고스란히 건물 전체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허름한 원룸에서 직장을 다니지 않고 일자리를 구하다가도 금방 도망쳐버리며 살았는 데 그런 소년에게 치아가 6개밖에 없는 늙고 주둥이가 긴 개 한마리를 잠시 보살펴달라는 남자의 제안에 찝찝하기도 했지만 비교적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일에 비해 보수가 높아서 승낙하게 되었지만 약속했던 기한이 다가와도 꾸준히 통장에 돈이 입금될 뿐 연락조차 하지 않는 그 남자와 소년이 실은 서로를 처음 본 것 그때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내용인 데 표지가 인상깊어서 계속 읽어보니 2부에서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웠다가 꽁초를 화단에서 가져왔을 것이 분명한 흙을 넣고 꼬막 껍데기로 장식한 깡통에다 꽂아놓고 구름이 흘러가고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방금 삶아 온 것이 분명한 달걀의 껍질을 까주고 담요를 덮어주었던, 용서를 빌며 용서를 구걸하러 가는 것이 일상이었던 소년에게 ‘넌 너무 어리잖니.‘라며 얘기해주었던 불행했지만 비교적 버틸 수 있었던 한 시절의 모습을 표지에서 발견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실제로도 내 몸 안에 가득한 슬픔을 전부 가져가주는 것이 아니라 옮겨갈 수 있다면 그 대신에 나의 어떠한 것이 마술처럼 사라지는 대가를 치뤄야한다면 저는 주저없이 대가를 치루고 나의 슬픔을 없애달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보윤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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