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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것
강영숙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평점 :
강영숙작가님의 전작「부림지구 벙커 X」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초에 출간되었는 데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 속 벙커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물들이 등장해서 기억에 남았는 데 그후로부터 1년이 지나 2021년 말미에 여섯번째 소설집 「두고 온 것」이 예정보다 조금 늦게 출간이 되었지만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18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어른의 맛) 이 제일 먼저 실려있었는 데 성능이 좋은 마스크가 나올때마다 구매하고 사용하는 대목에서 판권지 앞에 실린 수록 단편 발표 지면을 살펴보니 코로나19가 창궐하기 훨씬 이 전인 2016년에 발표된 단편이더군요.
코로나19를 염두해서 쓰시지 않음이 분명한 데 소설 속 상황이 지금이랑 별차이가 없어서 읽으면서 놀라웠는 데 전작인「부림지구 벙커 X」나 앞서 출간된 소설집 「회색문헌」의 갈라져있는 표지 디자인하며 그리고 10년전에 출간된 「아령하는 밤」에 실린 단편들을 통해 재해가 발생하여 무너져버린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무수히 만나왔다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어른의 맛)에서는 황사가 몰고 오는 미세먼지가 입과 코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미세입자까지 막아주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씻는 것을 잊지 않는 승신의 모습을 보며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가 일상화된 현재의 삶을 비추어볼때 (황사라는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 같아 황망했어요.
보수공사를 하다 중단돼 방치되고 있는 폐허같은 H호텔에 진영과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들어가려는 민수(두고 온 것)나 한때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을씨년쓰러운 다크투어리즘 컨셉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오종시(버려진 지대에서)와 가동되지 않는 댐이 있으며 카지노가 화려하게 번성했던 이상하기 짝이 없는 사막지대 라플린(라플린)같은 지역, 구제역으로 인해 엄한 동물들을 땅속에 파묻어야 하고 다리 위엔 온통 스모그투성인 H시(스모그를 뚫고), 죽은 병아리떼와 죽은 쥐떼, 쓰레기가 가득하며 병든 개가 졸졸 따라다니는 황하 하류(곡부 이후)같은 곳을 당연히 갈 일도 없겠지만 가야될까봐 두려우기도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극지연구소(더러운 물탱크)와 부산에도 벽화로 유명한 마을이 있는 걸로 알지만 관광객들로 가득차 불편을 호소하는 이화벽화마을과 낙산공원이 있는 창신동과 가까운 낙산의 절벽마을(낙산)이나 영주가 일하던 마케팅회사가 있는 사무실과 지금 영주가 일하고 있는 후암동 버스종점 앞에 있는 부동산(후암 이후)이 있을 ‘서울‘에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강영숙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