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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사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평점 :
저도 다른 분처럼 장은진작가님의 ‘감성 연애 소설‘ 이라는 띠지 문구에 집어들어 읽기 시작한 「날씨와 사랑」.
표지의 장우산을 펼쳐 그 우산을 잡고 있는 코트 이미지에 어울리게 아르마니 슈트와 아테스토니 구두를 신고 카날리 가방을 메며 크로노스위스 손목시계를 차며 마리오 탈라리코 사의 장우산을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꿋꿋하게 펼치며 광장을 누비는 정체모를 남자 ‘우산씨‘와 근처 장갑공장에서 24시간 장갑을 짜며 인생을 장갑에 저당잡힌 해주씨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지만 그 주변을 부유하고 있는 재개발로 인해 해주의 장갑공장과 재하의 목공소가 철거될 위기에 하루라도 빨리 철거되기를 기원하며 구청에 민원을 넣고 이들을 저주하는 주변사람들, 불현듯 학교가는 날도 아닌데 해주와 영주의 도시락을 싸주고 떠난지 벌써 13년째나 되었음에도 소식하나 없는 엄마, 그런 엄마가 떠나감으로 점점 시들시들해지는 게으름뱅이 아빠, 밥은 많이도 먹으면서 일할 생각은 없고 죽음이나 불행을 노래하는 예술가는 아닌 늙어버린 동생 영주, 꿈이라는 것을 꿈꾸기도 전에 집안을 먹여살려야 했으며 아까운 청춘을 장갑 짜는 일을 보내버린 해주. 그리고 해주를 좋아하지만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목공소를 운영해야 했던 재하의 이야기가 있어서 마냥 아름답지는 않았어요.
‘애초에 꿈을 꿔보지도 못한 삶과 꿈을 접어야만 하는 삶 중 어느 쪽이 더 참담할까. 사막과 지옥의 차이일까.(90쪽)‘ 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지금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저는 어느 쪽이었는 지 생각이 나지 않네요.
첫 문장만으로도 이야기가 되는 소설, 첫 문장만 읽었는 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 중에 「날씨와 사랑」은 어떤 쪽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 데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읽었으니 적어도 후자는 아니라고 확신이 듭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씨는 비가 왔었지만 가끔씩 맑은 하늘도 보여 조만간 더워지겠구나 싶은 날씨라 저는 아직 사랑을 잘 모르지만 아무튼 사랑하기에는 좋은 날씨겠죠?
장은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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