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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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우리가 쓴 것」에 실린 8편의 단편을 발표한 역순으로 읽어보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쓰신 (첫사랑 2020)은 순수한 아이들의 사랑이야기이지만 코로나 펜데믹과 각자의 사정 때문에 결국은 헤어지게 되어 마음이 안 좋더군요.
첫번째로 실린 (매화나무 아래)는 어린 시절부터 언니들만 불러주었던 동주라는 이름을 환갑이 넘어서야 되찾게 된 할머니가 첫째언니 금주가 있는 요양원에 방문하며 먼저 떠나간 둘째언니 은주와 지난했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원래 소설집의 제목으로 예정되어 있던 (오기)는 인기 베스트셀러작가가 되고 나서 여러가지 악플에 시달리는 작가님이 은사님을 만나 은사님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해 듣지만 작가님의 쓴 소설이 실은 은사님의 이야기를 토대로 동의없이 쓴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게 되어 결국에는 자신의 아프지만 보편적으로 일어 날 수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게 되어서 먹먹해졌습니다.
실린 이야기 중 긴 편에 속하는 (오로라의 밤)을 읽으면서 한 번도 실제로 보지 못한 오로라를 보고 소원을 빌고 싶었는 데 자식을 잃은 엄마와 남편을 잃은 아내의 소원이 각각 ‘오래살고 싶어요‘, ‘손자 안 돌보게 해주세요‘ 같은 너무 현실적인 소원들이라서 인상깊었습니다.
저에게는 출가였지만 상대방에게는 ‘가출‘로 느껴졌을 (가출)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는 데 일흔을 넘긴 아버지가 딸이 준 신용카드를 들고 가출을 하여 신용카드를 이따금씩 사용함으로써 아버지가 무사히 살아계신다는 메시지를 전해받으며 아버지가 없어도 잘 살나가는 가족들의 모습의 신선하게 느껴지다가도 신용카드 만료가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하는 궁금중이 생기더군요.
책띠지에 나오는 ‘엄마 업데이트 좀 해‘가 등장하는 (여자아이는 자라서)를 읽고 미끼를 던진 딸 주하와 친구 은비의 행동이 무조건 비윤리적이다고만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평소에 현성이 같은 남자애들이 주하와 은비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씁쓸하게만 느껴집니다.
앞서 테마소설집에서 읽었던 (현남 오빠에게)를 다시 읽었더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강현남의 여자친구‘로 남을 뻔한 인물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자 ‘현남‘오빠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더욱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제일 처음에 발표하셨던 (미스 김은 알고 있다)의 전설같지만 결국 잘려나갈 수밖에 없던 ‘미스 김‘의 작지만 강한 복수가 인상적이었으며 미스 김을 대신하여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자기‘의 직장탈출을 조심스레 기원합니다.
조남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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