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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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제 명의가 아니지만 저만의 화장실이 있는 원룸에 주거하고 있고 그 전에는 창문이 없거나 창문은 있지만 화장실을 여럿이서 쓰는 고시원에 몇년 살았으며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주거공간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찜찔방에서 지낼까하는 생각도 했었던터라 손원평작가님의 첫 소설집 「타인의 집」의 등장하는 ‘집‘이라는 주거공간들을 부동산중개업자를 따라 집 보러 온 예비 세입자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표제작인 (타인의 집)부터 자신도 세입자이면서 그 집을 또 다른 이들에게 세를 받으며 부대끼며 살다가 갑작스러운 통보에 모두다 나가야할 위기에 처해져있고 작가님의 첫 단편인 (4월의 눈)에서도 갈라서기로 마음먹은 부부의 집에 핀란드에서 온 마리아가 갑작스레 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며 (zip) 또한 영화가 대책없는 기한과 방이 늘었다가 줄어드는 집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해 손녀를 낳을때도 심지어 기한이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에도 그 집을 벗어나지 않고 기한과 손녀를 돌보며 집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버는 모습이 남일같지 않았고 「아몬드」의 외전 격이라 할 수 있는 (상자 속의 남자)도 형이 남을 구해주다가 불구가 되자 ‘상자‘ 속에 들어가 살게되며 어떤 위험이 자신의 곁에 와도 함부로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게 된 동생이 외면하여 결국 두 생명을 잃었지만 또 반대로 외면하지 않고 구해내 쓰러져가는 생명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키게 되었고 동생에게 119신고와 제세동기위치를 알려준 인물이 알고 보니 형이 구해주었던 아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한편의 영화같았고 (괴물들)에서도 그토록 원하였고 갖은 노력을 한 끝에 낳은 쌍둥이 형제가 있는 ‘집‘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한 보육교사인 엄마가 아이를 원했으면서도 아이를 낳은 여자들에게 내뱉은 말들이 당사자가 아님에도 가슴 속에 콕콕 박혔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실렸는 데 나머지 7편과 다르게 미래를 담고 있는 (아리아드네 정원)에서는 A구역에서 시작하여 B,C 구역으로 내려가더니 마침내 F보다 한 단계 높은 D구역에서 살게 된 민아라는 인물(민아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할머니라니 실감이 나지 않았는 데 멀지 않은 미래에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에게 곧 이 곳을 공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어 아름다워야 할 과거의 이야기를 자국민이 아닌 아인과 유리에게 들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후반에 실린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성공한 작가로 칭송받던 윤석과 꿈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한 현준, 그런 현준을 스승으로 삼으며 작가가 되는 것을 열먕하였던 보라가 그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인물들이라서 저 또한 한때 작가가 되기를 꿈만 꾸었던 것이 생각이 나 가볍게 읽히지는 않았어요. 또 제일 마지막에 실린 (열리지 않은 책방)은 표면적으로는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영업을 하지 않아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던 주인이 있는 책방에 불쑥 찾아와 시간을 빼앗음에도 차를 대접하며 손님으로 맞이해주는 것이 짧지만 강하게 여운을 주었어요.
손원평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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