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볼품없지만 트리플 3
배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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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 3번째로는 배기정작가님의 「남은 건 볼품없지만」입니다.
표제작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 데 에로, 로맨틱 코미디, 코미디, 범죄액션, 멜로, 드라마, 재난으로 인한 공포까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같은 단편인 것 같아요.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섞정과 관계를 맺었으며 지명수배범인 발리송에게 칼빵당하여 몇개월째 혼수상태인 후재가 깨어나면 잠자코 후재의 손을 잡으며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을 자하에 워킹홀리데이로 머문 적이 있으며 찰스와 사귀었고 지진이라는 재난이 닥쳤어도 소년미 가득할 수 밖에 없는 프랭킹와의 짧지만 강려롼 만남을 가진 경험이 있는 섞정(정확한 이름이 안나오네요.)과 (끝나가는 시절)에서 중풍에 걸린 엄마의 뒤를 이어 계족반점을 운영하는 송원에게는 귀인인 것이 분명했던 만우가 결국은 꼭지도 만우의 직원인 민희도 가게의 돈도 싸그리 다 들고 튀었지만 남겨진 CD를 연이어 재생하던 답답하고 칠칠맞지만 순수했던 송원. (레일라)에서 남자친구와의 결혼과 직장에서의 승진을 원했지만 둘 다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없음을 깨달아버린 상황에서 이미 많은 것을 겪은 레일라가 내민 손을 잡은 그녀까지 이 3가지의 단편들이 단면적으로는 저와 결코 무관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바로 이 책을 읽은 몇 시간전에 어처구니없게 도둑맞은 제가 떠올랐거든요.
저도 열심히 돈을 벌어서 집주인에게 원룸 보증금을 올려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데 그런 저의 피같은 돈을 눈뜨고 갈취해버린 (결국은 제가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것들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속이 쓰리고 후회스럽지만 그런 상황에서 이 소설들을 접할 수 있어서 더 이입되었던 것 같아요.
제게 ‘남은 건 볼품없지만‘ 언젠가는 깨어날 것이 분명한 후재나 또 어떻게든 잘 살아가고 있을 송원과 레일라의 손을 붙잡은 그녀처럼 저 역시도 살아갈 테니까요.
배기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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