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
황현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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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나 웹진, 테마소설집등 지면에 발표했던 단편들을 모아서 소설집이 출간되는 데 보통은 발표했던 단편들에서 제목을 가져오고는 하는 데 가끔 단편 속 문장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하여 제목이 나오기도 하는 데 황현진작가님이 10년 동안 발표하셨던 단편들을 모아서 묶은 첫번째 소설집의 제목이 「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이라니 제목자체에서 주는 느낌이 좋았고 물이 가득 담긴 컵이 떨어지려는 찰나를 보여주는 표지사진도 인상깊어서 기대하는 마음을 조금은 갖고 읽었습니다.
(우산은 하나로 충분해)는 2017년에 출간된 테마소설집 「호텔 프린스」에 (우산도 빌려주나요)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었는 데 휴가를 나온 군인인 남자친구와 동시에 엄마가 자신이 사는 곳으로 올라오겠다고 하여 엄마와 함께 호텔에 머물게 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엄마가 옷가게 직원에게 ‘우리 딸은 착해빠진 년은 아니지만 도둑년도 아니다‘고 강경하게 통화하는 것이 너무 인상깊었어요. 무심코 엄마와 통화를 하다 도둑으로 몰려 400여만원치의 값을 지불해야 하며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안 믿는 옷가게 사람들과 다르게 내가 이야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우리 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망설임없이 이야기하신 엄마같은 사람이 제게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밀은 한 가지)는 사실 그 ‘비밀‘이 어떻게 보면 큰 비밀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 것으로 인해 내 삶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시못하겠어요.
(내가 원했나봅니다). 제목처럼 저 역시 무언가를 원했나봅니다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 데 같은 피해를 봤음에도 다른 처치에 놓이거나 각자 살길을 찾기위해 달리 선택하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가 않더군요.
(하고 싶어요)는 청테이프로 창문 틈새하나 드러나지 않게 꼼꼼하게 붙이는 엄마의 모습이 마냥 비정하게 보이지는 않았어요.
(키스와 바나나)는 사실 동명의 테마단편집에도 실렸던 사실은 알고 있었는 데 막상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서 약간의 놀라움이 있었는 데 아무 연고도 없던 키스가 어디서든지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저도 빌어봅니다.
(츠츠츠)는 묘지기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아들의 이야기이며,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도 동명의 테마단편집에 실렸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자유가 되었다는 사실에 저도 안심했던 것 같아요.
(언니의 십팔번)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가 흘러 나오는 데 자연스레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연애의 미래)는 저는 구매만 하고 다 읽지는 않았던 「무민은 채식주의자」에서 (언니)로 실렸는 데 개의 이름이 ‘언니‘여서 마구 부르기가 부담되었을 것이라고 저 역시 생각해요.
(지인의 말에 따르면)은 미메시스에서 테이크아웃 시리즈로 출간되었던「부산 이후부터」을 소설집에 실린 단편으로 만나니 더욱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아무도 진짜로 죽지 않아)는 테마소설집 「첨벙」에서 (보다 그럼직한 자세)로 발표되었는 데 친구의 누나가 자꾸만 시체놀이를 하다보니 집에서 사라지자 정말로 죽은 것이 아닐까 누나를 찾아보는 두 친구의 모습이 기억이 남네요.
이렇게 총 11편의 다양한 엔딩이 담겨진 단편들로 이루어진 「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의 제목처럼 어떤 일이든지 이왕이면 호재가 생기는 해피 엔딩이 좋지만 죽을만큼 아프지 않고 두 번이 아닌 한 번만 살아도 모두가 편안해지는 다행한 엔딩으로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황현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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